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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딜쿠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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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딜쿠샤' 이야기

입력
2013.08.12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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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직터널이 지나가는 언덕 위엔 붉은 벽돌집이 있다. 초석에 적힌 이름은 딜쿠샤(Dilkusha). 힌디어로 '행복한 마음'이라는 뜻이다. 13일 밤 10시 50분 방송하는 KBS 1TV '다큐공감'은 광복절을 앞두고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딜쿠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딜쿠샤의 시작은 90년 전인 192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인 기자이자 금광기술자였던 앨버트 테일러와 영국인 배우이자 화가였던 아내 메리 테일러는 인왕산 자락에 있는 은행나무에 반해 그 옆에 집을 짓기로 했다. 딜쿠샤란 이름은 메리가 배우 시절 인도에서 봤던 건축물에서 따왔다. 딜쿠샤의 서재에서 앨버트는 한국의 독립운동에 대한 기사를 썼다. 태평양전쟁 발발 후 일본은 눈엣가시였던 테일러 부부를 강제 추방했다. 앨버트는 끝내 딜쿠샤로 돌아오지 못한 채 1948년 미국에서 생을 마쳤고, 유언에 따라 그는 한국 땅에 묻혔다.

앨버트와 메리의 아들 브루스는 1919년 3ㆍ1운동 전날 세브란스 병원에서 태어났다. 당시 병원에선 독립선언서를 인쇄하고 있었다. 이를 알아챈 일본 경찰이 병원에 들이닥쳤는데, 간호사들이 브루스의 요람 밑에 독립선언서를 숨겨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독립선언서를 발견하고 외신에 알린 사람이 바로 앨버트였다. 제작진은 미국으로 건너가 94세의 브루스에게서 딜쿠샤와 한국에 대한 기억을 듣는다.

테일러 가족이 떠난 뒤 딜쿠샤는 국가재산으로 귀속 됐지만, 언젠가부터 이곳에 사람들이 살림을 차리기 시작해 지금은 15가구 이상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딜쿠샤를 관리하는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수십 년간 무단 거주했다며 주민들에게 퇴거를 요구했다. 미래유산 보존위원회는 이곳을 보존 대상으로 지정할 것을 고려 중이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 주민들 때문에 난감해 하고 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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