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노골적 '애플 감싸기'에 나섰던 오바마 대통령이 삼성전자도 똑같이 감싸줄 지, 세계 IT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선 오바마 대통령이 삼성전자는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미 국제무역위원회(ITC)는 9일(현지시간) 삼성전자 제품이 애플의 특허를 일부 침해해 미국 내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한다고 최종 판정을 내렸다. ITC는 이 같은 판정결과를 백악관에 전달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60일 이내(10월 중순)까지 수용할 지 거부할 지를 결론지어야 한다.
ITC의 최종 판정은 지난 6월의 예비판정보다는 다소 완화된 것. 예비판정에선 삼성전자가 애플의 상용특허 3건과 디자인 특허 1건을 침해했다고 판정했지만, 이번엔 ▲휴리스틱스를 이용한 그래픽 사용자 환경 관련 특허(특허번호 949특허)와 ▲헤드셋 인식 방법 관련 특허(501특허) 등 2건의 상용특허만 침해를 인정했다.
이제 최대 관심은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일 애플의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이 삼성의 특허를 침해, 수입을 금지한다는 ITC의 최종 결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미 대통령이 ITC의 결정을 '비토'한 건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 때문에 업계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의 자존심'과도 같은 애플 제품이 미 본토에서 판매되지 못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정치적 선택을 했으며, 이를 두고 글로벌 업계에선 '애플보호주의'란 비판이 쏟아지기도 했다.
일각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삼성전자에 대해서도 '구제카드'를 던질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양사가 사활을 건 특허전쟁을 벌이는 상황인 만큼, 형평성 및 한국과 통상관계를 의식해서라도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것이다. 미 버클리대의 로버트 머지 법학전문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이 업체들간의 특허권 분쟁을 억제하기 위해 거부권을 다시 한 번 행사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팔이 안으로 굽는 이유도 있겠지만, 침해 판정이 나온 양사의 특허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ITC는 애플과 삼성전자 똑같이 상대방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정을 내렸지만, 애플이 침해한 삼성전자 보유특허는 '표준특허'이고, 삼성전자가 침해한 애플특허는 '상용특허'이다. 실제로 표준특허는 보호 보다는 개방 쪽에 비중을 두는 반면 상용특허는 보유권자의 권리를 강하게 인정하는 것이 국제적 흐름이고, 오바마 행정부는 이런 이유 때문에 애플의 특허침해에 대한 ITC 결정에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해명한 상태다.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츠를 운영하는 플로리안 뮐러도 "(삼성전자가 침해한) 애플의 특허는 표준특허과 관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만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삼성전자와 애플의 싸움은 원점이 된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ITC판정을 그대로 수용하면, 삼성전자의 입지는 좁아지는 게 사실이다. 삼성전자도 오바마 대통령이 수용 결정을 내리는 즉시, 항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거부'하더라도 삼성전자가 큰 타격을 입는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이번 ITC 결정으로 판매금지되는 제품은 갤럭시S, 갤럭시S2 등 철 지난 구형 제품이라 실제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 ITC가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 모양이며 앞면이 평평한 아이폰의 전면 디자인 특허(D 678특허)'에 대해선 비침해 결정을 내린 것이 삼성전자에겐 큰 힘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의 둥근 모서리 디자인은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주가 생전에 삼성전자를 '카피캣(모방꾼)'이라고 맹렬히 비난했을 만큼, 애플이 가장 예민하고 격하게 반응했던 부분이다. 미 법원 배심원들도 이를 애플의 고유특허로 인정하며, 삼성전자에 대해 침해 평결을 내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TC가 이 디자인에 대해 애플의 고유특허가 아니라고 판단한 점을 주목한다"며 "향후 관련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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