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금융실명제 20년-지하경제의 역습] 5만원권 10억원 이상 보관… 가정용 금고 '특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금융실명제 20년-지하경제의 역습] 5만원권 10억원 이상 보관… 가정용 금고 '특수'

입력
2013.08.11 18:30
0 0

오만원권이나 골드바를 집에 보관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정용 금고 제작 회사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내 금고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는 선일제작금고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에 비해 80%나 증가했다. 이 회사 권영석 마케팅 과장은 "사무용 금고 매출은 거의 변화가 없지만 가정용 금고 판매는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가정용 금고 호황은 금고 매장이 밀집해 있는 서울 중구 을지로4가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4년간 금고를 판매해 온 상인은 "전에는 매출 70%가 사무용이었는데 2, 3년 전부터 가정용 판매가 점차 늘어나다가 올 들어 그 비율이 역전됐다"고 말했다. 그는 "경기 침체 여파로 사무용 금고 판매는 감소추세지만 가정용 금고는 오만원권이 발행되고 금융소득세 과세 강화 등의 제도 변화를 거치면서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웃 J매장 관계자 역시 "개인금고를 찾는 손님이 올 들어 크게 늘었다"며 "더러 허름한 행색으로 금고를 찾는 이도 있지만 막상 배달을 가보면 평창동, 삼성동 등 모두 부촌"이라고 전했다.

이러한 인기 덕분에 백화점 등에서도 개인 금고 매장의 몸값이 높아졌다. 권 과장은 "지난해 10개에 불과했던 백화점 매장수가 올 들어 25개로 늘었다. 금고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한 대형 백화점들이 지난해 말 갑자기 동시다발적으로 매장을 내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기존에 있던 매장도 목이 더 좋은 곳으로 이동하거나 임시매장에서 정식매장으로 승격이 논의되는 등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11일 찾아간 서울 중구의 한 백화점은 통행이 가장 붐비는 에스컬레이터 주변에 금고매장이 위치해 있었다. 매장 직원은 "매출이 2배 가까이 오른 덕분에 구석 매장에서 이곳으로 옮긴 지 7개월 됐다"고 말했다. 고객의 90%를 차지하는 40, 50대 여성의 취향에 맞춰 유명 화가의 작품 등으로 도안한 금고들이 인기가 있으며, 최고 500만원에 달하는 고가 제품도 찾아볼 수 있다. 이중 가장 잘 팔리는 모델은 높이가 1m에 달하는 200만원대 제품이다. 이 금고에는 오만원권으로 14억원까지 보관할 수 있다. "얼마가 들어가냐"는 고객의 질문에 대비해 금고 안에는 모조 돈다발 뭉치가 들어있다.

을지로 J매장 관계자는 "며칠 전 한 고객은 직접 백만원짜리 돈다발 20개를 가지고 와 금고에 넣어보면서 금고 안에 보관 가능한 전체 액수를 점검하기도 했다"며 "금고가 예전엔 주로 서류 보관용으로 사용됐으나, 요즘엔 현금 보관용이 늘어나면서 가정용 금고의 사이즈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철환차장 chcho@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