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봉급생활자의 소득세 부담 증가로 이어진 '2013년 세법개정안'을 놓고 찬반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개정안을 만들어 낸 기획재정부와 학계에서는 "일부 미세조정이 필요하지만 큰 방향은 맞다"고 평가한다. 반면 야당과 납세자연맹 등 시민단체에서는 '중산층 세금폭탄'이라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정책당국이 청와대 지시만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며 일반 납세자의 심정을 헤아리지 않은 채 일방적 홍보를 한 것이 사태의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을 제기하고 있다.
11일 대다수 전문가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부안에 대해 "큰 방향은 맞다"고 동의했다. 현행 소득공제 방식이 역진적이고 소득세 부담 자체가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지금의 소득공제는 소득세 부담을 낮추는 주범"이라며 "부자가 너무 많은 혜택을 보고 있어 수술이 필요한 제도였다"고 강조했다. 현진권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도 "야당이 세금폭탄이라고 하는데 지적이 과하다. 우리나라는 소득공제 항목이 너무 많다. 이게 비용을 소득에서 빼주는 건데 부유층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바로잡아야 할 과제였다"고 설명했다.
조세부담률 증가에 대해서도 사회가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여야를 막론하고 복지확대를 강조해온 만큼 이를 시행하려면 어느 계층이든 일정부분의 조세부담의 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강병구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소장(인하대 경제학부 교수)은 "여야가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확대하려면 지금과 같은 낮은 조세부담률로는 안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만해도 33%다. 이를 끌어올리려면 중산층도 일부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는 "이번 개정안은 복지재원을 근로자 지갑에서만 충당하겠다는 것"이라며 개정안 철회를 위한 본격 행동을 예고했다. 납세자연맹은 "근로자의 소득세 부담이 20%나 늘어나게 됐다"며 "개정안 철회를 위한 시민 서명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편 이번 파문의 원인을 청와대의 잘못된 논리를 바로잡지 못한 정책 당국의 허약한 대응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 마련 방안이 담긴 가계공약부에 따르면 이번 세제 개편으로 내년에만 7조6,000억원을 더 거둬야 하는 게 명백한데도, 기재부는 청와대의 지침에 따라 '증세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법상 감면 혜택이나 당국 묵인 아래 세금을 내지 않던 세금을 내게 되면 납세자들은 그만큼을 세부담 증가로 여기는데도, '세목 신설이나 세율 인상 등만 이뤄지지 않으면 증세가 아니다'라는 형식논리만 고집해 비판을 키웠다는 것이다.
숭실대 황원일 교수는 "부동산 대책, 투자활성화 대책 등에 이어 이번 세법개정안까지 현 정부정책이 잇따라 기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 건 정책 대상자인 국민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제정책을 추진할 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솔직한 자세로 설득하는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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