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삶에 지친 사람들 활력찾는 힐링캠프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삶에 지친 사람들 활력찾는 힐링캠프로"

입력
2013.08.11 18:31
0 0

첩첩산중 두메산골인 경북 영양군 일월면 용화리. 일월산(해발 1,218m) 자락의 산골마을인 대티골에 도시민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봄에 열린 산나물축제는 주민들이 직접 기획ㆍ주관해 눈길을 끌었고, 여름 피서철을 맞아 휴양객들이 늘고 있다. 고추밖에 없던 산골에 주말마다 1,000명이 넘는 도시 사람들이 찾는 문화마을로 변모한 것이다. 그 중심에는 대티골 지킴이 권용인(54ㆍ사진)씨와 마을 주민들이 있다. 농촌체험마을의 '롤 모델'을 만들어 낸 권씨를 만나 귀촌 과정과 '대티골 휴양마을' 성공의 이유 등을 들어 보았다.

-대티골 휴양마을은 어떤 곳인가.

"일월산 자락의 두메산골로, 삶에 지친 사람들이 활력을 되찾는 힐링캠프다. 아름다운 숲과 그 아래 산짐승 날짐승 들짐승이 산다. 땅 속에도 생명이 넘친다. 생태계가 살아 숨쉬는 아름다운 마을로, 그 곳에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산다. 명이나물로 잘 알려진 산마늘 200만포기와 부추 고구마 감자 등을 재배한다. 9가구가 황토구들집 민박을 운영한다. 심신이 지친 사람들을 위한 자연치유의 마을이다."

-휴양마을은 언제 어떻게 시작했나.

"2005년쯤 대티골에 정착했다. 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서였다. 조용한 시골에 살러 왔는데,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다. 농촌에도 사람이 모이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농촌마을도 정신적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야 한다. 농촌은 거저 먹거리만 생산하는 곳이 아니다. 당시 농사짓는 집은 12가구, 은퇴한 어르신들만 사는 집이 6가구였다. 대부분 평생을 고추농사만 짓던 분들이다. 풍요로운 농촌, 치유의 마을을 만들어 보자고 설득했다. 원래 야생화와 전원생활이 관심이 많았는데, 각종 산나물을 재배하고 도시민들이 머물 수 있는 황토구들방을 지었다. 민박집에서 3단계에 걸친 생활하수 자연정화 시스템을 만들어 집집마다 있는 작은 연못에는 올챙이 개구리가 살 정도로 깨끗한 물을 방류한다."

부산에서 대학을 나왔다는 그는 스스로 '돈 안 되는' 문화운동에 몰두했다고 했다. 특히 그는 남다른 아픔이 있다. 1997년 친구들과 함께 '발해 해상학술 뗏목탐사대'를 조직, 육상지원팀으로 활동했으나 안타깝게도 4명의 동료를 잃었다. 장철수 대장 등 4명의 탐사대원들은 1997년 12월31일 블라디보스톡을 출항, 24일만에 일본 오끼섬 앞바다에서 도착했지만 풍랑에 좌초해 모두 유명을 달리했다. 그때부터 심한 방황이 시작됐다.

-귀촌의 계기는.

"가장 친한 친구를 그렇게 먼저 보낸 뒤,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 지금도 친구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나온다. 나 자신을 치유하기 위해 적합한 곳을 찾다가 대티골에 정착하게 됐다. 치유 자연 생태를 기치로 내걸고 도시민들을 힐링하면서 스스로 치유하고 있다."

-산나물을 문화상품화했고, 전국적인 힐링의 명소로 유명해졌다.

"대티골에는 '외씨버선길' 구간 중 가장 소박한 숲길이 지나간다. 2009년엔 생명의 숲이 주최한 아름다운 숲길 공모에서 어울림상을 받았고, 이어 환경부 우수생태마을로도 지정됐다. 도시처럼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시골의 소박함을 체험하며 욕심과 근심을 내려놓을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두어 시간 숲길을 걷고 금강소나무와 황토로 지은 구들방에 몸을 누이면 피곤한 몸과 함께 지친 마음도 내려놓을 수 있게 된다. 비료나 농약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대티골의 풀로 차린 생명 풀밥상은 건강 주고, 풀누리 농장의 다양한 식물과 산마늘, 토종 두메부추 등 농산물의 생태를 체험할 수 있다. 대티골에서는 사계절 모두 다른 체험이 가능하다."

-마을공동체 만들기의 궁극적 모델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귀농이라는 말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시골에 살러 왔고 살고 있을 뿐이지 굳이 귀농을 내세울 필요 없다. 그냥 마을 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2010년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선정되고 경북도의 부자만들기 사업 선정 등 많은 결과를 이뤄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대티골을 포함해 인근 용화1리와 문암리를 포함하는 '일월산마실권역'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건강하고 알찬 농촌 문화사업을 펼치기 위해 마을협동조합의 형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시도와 도전을 생각하고 있다."

-좀 철학적인 질문 하나. 현대인에게 치유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치유란 관계의 회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자연과 사람, 도시와 농촌 사이에 벌어진 골을 메우고 욕심을 내려 놓는 것이 치유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지 않는 삶, 이웃과 갈등을 풀고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 그것이 치유다. 도시와 농촌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산업화의 부작용으로 텅 빈 농촌에 고향을 그리워 하는 자식들이 돌아오는 일을 통해 관계를 회복하고 치유할 때다."

-작은 시골에 연간 방문객이 1만2,000여명에 달하는데.

"일부 방문객들이 농작물을 해치고 대소변을 함부로 보는가 하면 심한 노출 등으로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나물 한 포기에도 농촌 어르신들의 피땀이 배어 있다는 사심을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

● 약력

1차 발해 뗏못탐사대 활동

일월산마실권역추진위원장

대티골 휴양마을 대표

일월산산마늘작목반대표

이임태기자 msyu@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