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경영 부당개입 및 거액의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고 있는 황두연(51ㆍ데이비드황) ISMG 코리아 대표가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에서 수백억 원대 판돈으로 도박을 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검찰은 황씨가 카지노 업계에서 '최고 큰손'으로 통하고 있는데다, 수표나 계좌거래 없이 대부분 현금만 사용했던 점을 주목하고 자금 출처를 들여다보고 있다.
11일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 황의수)는 황씨가 2011년 초부터 2012년 말까지 서울시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2곳을 최소 100회 이상 출입해 거액을 탕진한 사실을 파악했다. 미국 영주권자로 알려진 황씨가 이 기간 카지노에서 날린 돈은 최대 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황씨는 카지노에 입장할 때마다 5만원권 지폐를 100장씩 묶은 다발(500만원)을 쇼핑백에 가득 담아 왔다. 한 번에 2억~5억원을 판돈으로 사용했지만 종종 10억원 이상을 가져올 정도로 업계에서는 VIP 고객으로 통했다. 황씨는 1회 베팅액이 최소 300만원에서 최대 5,000만원인 바카라 도박을 할 경우 대부분 최대 베팅액에 근접한 3,000만~5,000만원을 걸었으며, 500만~8,000만원 게임에서는 한번에 8,000만원을 걸 정도로 씀씀이가 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렇게 큰 금액을 수표 한 장 없이 현금으로 가져오는 고객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며 "자금출처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황씨를 최근 10년 동안 외국인 카지노에 출입한 고객 중에서 가장 큰 손으로 꼽기도 했다.
황씨는 돈 거래 흔적이 남는 계좌이체 거래 및 수표 사용도 철저히 꺼렸다. 도박자금을 빌린 후 갚을 때에도 상대방에게 계좌로 송금하거나 수표로 건네기 보다는 직접 만나 현금으로 갚을 정도로 철저히 현금거래만 고집했다.
검찰은 황씨의 이 같은 행태가 당국의 자금추적을 피하기 위한 계산된 행동이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황씨가 단기간에 거액의 자금을 카지노에 동원한데다 현금거래만을 고집한 점에 비춰, 이 돈이 황씨 회사나 현대그룹에서 불법적으로 흘러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돈의 출처를 확인하고 있다.
황씨는 특히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흰색 마스크를 쓰고 입장해 카지노 업계에서는 '마스크'란 별칭을 얻었다. 황씨가 업계의 큰 손으로 통하면서 그의 얼굴과 이름은 알지 못해도 그의 별칭은 대부분 알게 될 정도였다.
황씨는 카지노 내의 별실을 주로 이용했으며, 황씨가 입장하면 카지노 측은 다른 고객을 해당 룸에 입장시키지 않을 정도로 배려해줬다. '큰 손'인 황씨를 계속 붙들기 위해 일부 카지노에서는 1,000만원대 퍼스트클래스 왕복 항공권과 고가 골프채, 명품시계, 호텔 스위트룸 숙박 등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황씨는 현대상선의 미국 내 물류업체를 운영하면서 비용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최근 출국금지 조치됐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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