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빙하기 북극해 기후변화의 비밀을 푸는 결정적 열쇠를 찾았다. 제4기 빙하기 시대(200만년전부터 1만년전) 러시아 동북부 동시베리아해 지역에 존재했던 빙상의 증거를 세계 최초로 발견한 것.
1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아라온호는 지난해 8월 동시베리아 해역의 해저지형을 정밀 조사해 약 1.2㎞에 달하는 빙하침식 선형구조를 발견했다. 빙하침식 선형구조란 대륙에서 형성된 빙상이 확장될 때 빙상의 바닥면이 지표 또는 해저면의 표면을 긁게 되면서 생기는 긴 선형의 구조를 말한다.
지금의 북극해는 제4기 빙하기 시대 수 차례의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면서 주변 대륙을 덮고 있는 빙상이 확장돼 형성됐다는 가설이 유력했지만, 이를 완벽하게 증명하지는 못했다. 주변 대륙인 북미, 그린란드, 러시아 서북부 해안에서는 가설을 뒷받침하는 빙상의 흔적이 발견됐음에도, 동시베리아 해안에서는 지금껏 그 증거를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태양에너지를 반사시켜 지표면을 더욱 냉각시키는 역할을 하는 빙상이 북극해 연안 전체에 덮여 있었느냐, 아니면 동시베리아해를 제외한 일부 지역만 있었느냐의 여부는 빙하기 북극해의 기후를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한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기 때문에 동시베리아해 지역에서 빙하침식 선형구조를 발견할 수 있느냐는 것에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려 있었다.
아라온호가 이번에 그 증거를 최초로 발견하면서 빙하기 동안 북극해 연안 전체가 빙상으로 덮여 있음을 증명한 것은 물론 빙하기 이후 기후변화 패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나라가 올해 북극이사회 옵서버 진출로 북극에 대한 과학연구 강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아라온호를 통한 세계 최초 발견이 이뤄져 우리나라의 위상 제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와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 극지연구소가 공동으로 수행한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학술지인 네이처 지오사이언스 온라인판에 12일 게재된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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