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은 이른바 '사초(史草) 실종'사건으로 이어져 박근혜 정부 초반을 뒤흔들었다. NLL 해법에 대해서는 참여정부가 적극성을 보였지만 끝내 결과물을 내지 못했고 이명박 정부에서는 아예 뒷전으로 밀려났었다. 해묵은 NLL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묘수는 과연 없는 것인가.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참여정부에서 추진했던 남북 공동어로수역을 포함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설정 방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참여정부의 해법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과정에서 관심을 보였던 방안이기도 하다.
한국일보 설문에서 10명의 전문가가 서해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남북 공동어로수역을 설치하는 방안에 대해 찬성 의견을 밝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김대중 정부에서는 육상의 긴장완화만 신경썼지 철조망도 없고 뚜렷한 선도 없어 툭하면 분쟁이 생기는 해상 평화방안은 신경쓰지 못했다"면서 "노무현 정부의 서해구상은 대단한 발상"이라고 극찬했다.
여기에 4명의 전문가들은 NLL을 주권선으로 인정하거나 남북 간 평화신뢰 구축을 전제조건으로 공동어로수역을 찬성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평화협력지대 구상 입안에 참여했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등은 "남북 간 등거리ㆍ등면적 원칙을 지키고 NLL을 주권선으로 인정하는 가운데 추진될 경우 찬성한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도 "NLL을 사수한다는 전제 하에 서해를 긴장과 갈등의 바다가 아닌 협력의 바다로 바꾸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지했다.
반면 유호열 고려대 교수 등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고 있고 한반도 평화체제 전환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한 현실성이 떨어지는 위험한 발상"이라고 반대했다. 이승열 이화여대 교수는 "수도권과 가까운 NLL 수역에서 북한이 적대 행위를 할 경우 막대한 안보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동준 서울대 교수는 "공동어로수역 등 평화지대를 만드는 것이 남북 충돌을 막을 순 없는 만큼 완충 지대를 남겨 두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만 NLL의 법적 지위 논란에 대해서는 대다수 전문가들이 "법적으로 유효하다"고 답했다. 여기에 "법적 근거가 없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으나 실질적 해상경계선인 만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편 전문가도 8명이나 됐다. 현실적으로 경계선 역할을 하는 NLL의 존재를 인정하는 선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인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을 NLL포기가 아니라고 판단한 전문가들조차 NLL의 영토선은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NLL은 우리의 실효적 지배에 따라 해상 불가침 경계선으로 굳어졌다"며 "NLL 영토선이라는 여권 등의 주장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는 모순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반면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NLL은 정전협정에 근거하지 않고 유엔 사령관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선"이라며 "북한이 요구할 경우 재협상 의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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