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모은 재산이 사라지게 생겼는데 날씨 좀 덥고 추운 것이 무슨 문제겠어요? 억울해서 잠도 못 자고 있는데…"
성남 모란시장에서 야채 장사를 하는 김양금(64ㆍ여)씨는 장사도 접은 채 6개월째 수원지검 성남지청 앞에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팻말을 들고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꽃샘 추위부터 시작한 1인 시위는 어느덧 불볕 더위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씨가 생계마저 뒤로 미룬 채 1인 시위에 매달리는 이유는 평생 어렵게 모아 마련한 26.4㎡(8평)짜리 상가가 날아가게 생겼기 때문이다.
성남시와 LH는 2007년 9월 판교 신도시 조성으로 인해 경제적 기반을 잃은 판교지역 영세자영업자들에게 18.9㎡와 26.4㎡의 생활대책용지(속칭 딱지) 7,119㎡를 공급했다. 김씨 등 생활대책용지를 공급받게 된 영세자영업자들은 판교신도시 12개 필지에 각각 조합을 만들어 '판교 원상가 조합'을 결성했다.
하지만 이 생활대책용지는 지난해 조합원들도 모르게 D사가 중심이 된 '판교생활대책용지개발 PFV(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에게 매각돼 개발을 앞두고 있다. 조합원들은 12개 조합장들이 서류를 위조해 생활대책용지를 팔아 넘겼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합이 상가토지에 대한 소유권을 매도하기 위해서는 총회를 개최하고 그것을 근거로 회의록 등을 작성해야 하지만 단 한차례도 매각과 관련해 회의를 개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조합장들은 조합 대여금 명목으로 PFV로부터 37억8,000만원만 받고 소유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이 금액마저 사용처가 불명확하게 사라졌다. 이 때문에 김씨는 상가를 통째로 날리고도 단 한 푼도 건지지 못했다. 김씨와 같은 피해자들은 12개 조합에서 283명. 피해액은 당시 분양가로 378억원, 현 시세로는 700억원이 넘는다. 조합원들은 지난해 10월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12개 조합장 등 모두 14명을 처벌해달라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판교 원상가 조합 비상대책위원회 허서종 위원장은 "조합원들도 모르게 2008년에 이미 소유권이 넘어갔지만 조합장들이 2010년까지 관련 서류를 공개하지 않아 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검찰에 고소를 한지 10개월 지났지만 여전히 수사가 지지부진해 이렇게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11개 조합장(1명은 구속 수감 상태)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조합장은 "총회에 참석한 적이 없어 상가 매각을 위한 총회 자체가 열렸는지 알지 못한다"면서 "대표 조합장이 상가토지에 대한 이전을 위해서 도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빌려준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글ㆍ사진=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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