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붉은 재앙' 적조가 경남 남해안 일대 양식장을 초토화시킨 데 이어 동해안으로까지 세력을 확장하고 있어 올해 사상 최악의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11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남해안 일원에 적조주의보가 내려진 뒤 같은 달 20일 거제시에서 첫 피해가 발생한 이후 24일째인 10일까지 경남에서는 양식어류 1,849만1,000 마리가 폐사해 149억3,100만원의 피해가 났다.
이 같은 피해규모는 역대 최대 피해를 낸 1995년에 비해 400만 마리 이상 많고, 피해금액도 1995년(308억원)에는 시중 거래단가 기준으로 집계한 반면 지금은 어린고기(치어) 등 복구단가 기준으로 집계하고 있어 실제 피해는 올해가 최대가 될 전망이다.
남해안 양식어장을 초토화시킨 적조는 지난 8일 경북 울진으로 확산돼 포항 남구 호미곶등대∼울진군 기성면 사동항 일대에 적조경보가 발령되는 등 청정바다인 강원 동해안까지 위협하고 있다.
이처럼 짧은 기간에 큰 피해가 난 것은 올해 적조경보 발생시기가 지난해 7월27일, 2008년 8월4일에 비해 빠른 데다 과거보다 활동성도 훨씬 강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남해안 일대는 거의 한달 째 비가 오지 않는 '마른 장마'가 이어지면서 일조량 증가와 수온상승 등으로 유해성 적조 원인생물인 코클로디니움 증식을 활발하게 했다.
또 과거엔 적조가 바다 표면에 떠 있었던 반면 올해는 수심 10㎙ 아래 깊은 물까지 퍼졌다.
또한 종전 적조는 섭씨 24도 이상에서 활동했으나 올해는 20도에서도 활동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통영시 산양읍 삼덕항 앞바다에서 20여년째 가두리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기복(65)씨는 "전체 양식장(가로 세로 각 12㎙) 14개에서 키우던 참돔과 쥐치 등이 모두 죽어 반찬으로 쓸 물고기도 없을 정도"라며 허탈해 했다.
그러나 당국의 적조 대책은 방재 매뉴얼이 제대로 없는 것은 물론 예산편성도 주먹구구식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달 31일 적조 피해 최소화와 어민 피해 경감을 위해 치어는 바다에 방류하고, 큰 고기(성어)는 정부에서 수매해 달라고 해양수산부에 건의했다.
또 지난 1일에는 피해가 집중된 통영시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해 달라는 건의서를 해양수산부와 안전행정부에 냈다.
그러나 양식 물고기는 특별재난지역의 국고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지정이 무산됐고, 수매사업 역시 정부의 수산물비축사업 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성사되지 못했다.
또 적조 띠가 덮치기 전 가두리 양식장의 어류를 풀어주는 방류사업도 지난 5일부터 추진하고 있으나 시기적으로 늦었고 지원 규모도 현실과 동떨어져 10일까지 12어가만이 방류를 위한 질병검사를 신청했을 뿐이다.
어민들은 방류에 따른 치어 입식비는 마리당 참돔 410원, 우럭 402원 등에 불과한데다 적조 피해 발생 여부에 대한 확신이 없고, 피해를 입지 않으면 큰 참돔은 마리당 1만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방류를 꺼리고 있다.
특히 정부와 경남도는 2011년까지 50대 50으로 20억원 가량을 적조 방재예산으로 편성했으나 올해는 최근 5년간 적조 피해가 거의 없었거나 미미했다는 이유로 도비 없이 국비 7억원만 편성했다.
이 때문에 도는 해양수산부(20억원)와 안전행정부(20억원)에 긴급 방재자금을 요청해 지금까지 해양수산부로부터 13억원을 지원 받았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지난 8일 적조현장을 방문해 "이번 적조가 끝나면 종합적인 적조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도는 적조 피해가 수그러들지 않자 지난 8일부터 10일까지를 '적조 일제 방제의 날'로 정해 민ㆍ관ㆍ군 합동으로 총력 방제작업을 벌인데 이어 방제기간을 15일까지 연장했다.
이동렬기자 dy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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