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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천지 시나이… 주민들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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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법천지 시나이… 주민들 패닉

입력
2013.08.11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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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북부, 이스라엘과 국경을 맞댄 시나이 반도의 밤은 살벌하다. 어둠을 틈타 총격과 폭발이 이어지고 날이 밝으면 병사의 주검과 구멍 뚫린 검문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지난달 3일 쿠데타로 축출되자 지하디스트(이슬람 전사)의 근거지인 시나이 반도의 강경 이슬람 무장단체가 군대와 경찰을 상대로 보복 공격을 하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 '무법천지' 시나이 반도의 참혹상을 전하며 이곳이 "이집트의 곪아 터진 위기의 증상이자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무르시 대통령의 지지 기반인 무슬림형제단 지지자들이 쿠데타 후 수도 카이로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여 경찰과 충돌해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이보다 시나이 반도의 혼란이 더 큰 문제를 드러낸다는 것이다. NYT는 "무슬림형제단은 오랫동안 비폭력을 약속했지만 이곳의 지하디스트들은 폭력을 지향하고 이런 입장은 군부의 권력 탈환 때문에 더 강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집트 정부는 쿠데타 후 시나이 반도에서 60여명에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주민의 불안은 극에 달했다. 주민 미트리 샤우키 미트리는 "우리는 끊임없는 테러 속에서 살고 있다"고 말했다. 기독교인을 상대로 한 증오범죄도 늘었다. 지난달 중순에는 참수된 기독교 용품 상점 주인의 시체가 공동묘지 근처에서 발견됐다.

이집트 군부는 지난 주 시나이 반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 103명을 체포하고 이들이 이슬람 무장정파 하마스와 무기 등을 거래해 온 터널 102곳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군부가 테러의 배후라는 음모설이 나도는 등 군부에 대한 주민의 불신이 뿌리 깊다. 이슬람주의자인 사메 무함마드는 "군부는 이슬람주의자들의 움직임을 미리 진압하기 위해 모든 폭력을 지하디스트의 책임으로 돌린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무인기가 9일 이슬람 무장단체를 겨냥, 시나이 반도를 공습한 사건도 이런 맥락에서 벌어졌다. 이집트 국영 메나 통신은 "공습으로 국경 인근에 설치된 이스라엘 공격용 로켓 발사대 1대가 폭발하고 이슬람 무장단체 조직원 5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시나이 반도 기반 알카에다 연계 단체인 '안사르 베이트 알마크디스'는 10일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포 공격을 준비하던 대원들이 공습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정부는 9일 안보상 이유로 시나이 반도에 인접한 에일라트 공항을 폐쇄한 상태였다. 이집트 정부 관계자는 "이번 공습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협조로 이뤄졌다"고 밝혔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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