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맑은 눈동자에 풋풋한 웃음 짓던 꿈 많던 열여섯 꽃다운 소녀야, 채 피지도 못하고 짓이겨 버려진 너는 가녀린 위안부 소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슬픈 꽃에 비유한 노래 '비화(悲花)'의 한 구절이다. 이 노래는 육군 제23보병사단 정훈공보참모 김남금(43) 중령이 작사하고 같은 사단의 군악대원 신푸름(22) 병장이 작곡했다. 열여섯 살에 위안부로 끌려가 온갖 고통을 겪은 한 위안부 할머니의 사연을 담아 쓴 가사가 가슴을 흔드는 비파 선율에 얹혀 애절함을 더한다.
하루 만에 노랫말을 완성했다는 김 중령은 11일 "지난 5월 일본 우익인사와 정치인들이 잇따라 위안부 관련 망언을 쏟아내는 걸 보면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했다"며 노래 '비화'를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한 순간 분노하는 것만으로는 일본의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받아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우리 국민이 일본의 만행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노래의 힘을 빌려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곡을 쓰고 직접 노래한 신 병장은 "처음 가사를 받았을 때 뭔가 가슴이 뭉클했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 노래를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 병장은 백석대학교 실용음악학과 2학년을 마치고 지난해 1월 입대했다.
'비화'는 3분50초 분량의 뮤직비디오로도 제작됐다. 뮤직비디오에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와 나눔의 집의 도움을 받아 고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끌려가는 날', 고 강덕경 할머니의 그림 '빼앗긴 순정' 등 자료를 넣었다. 박재홍(28) 나눔의집 과장은 "군 장병들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억해주고 위로하는 노래를 만들어 더욱 뜻 깊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뮤직비디오는 유튜브 육군 채널(www.youtube.com/user/2012KoreaArmy)과 육군 페이스북(www.facebook.com/DaehanmingugYuggun)에서 볼 수 있다. 육군은 학생과 일반인 대상으로 여는 '나라사랑 안보 콘서트'에서 '비화'를 공연하고, 지역 교육청과 협조해 학교에서 교육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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