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제개편안에 대한 반발이 거세다. 현행 소득공제 방식을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꾸어 고소득자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늘리려다 보니 연봉 3,450만~7,000만원 급여 소득자의 세부담이 함께 늘어나게 된 것이 주된 이유다. '유리지갑'이란 말 그대로 투명한 세부담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안아 온 급여소득자의 불만과 반발은 자연스럽다. 신용ㆍ직불카드 사용과 현금영수증 발행이 보편화해 조세 투명성이 크게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일부 고액소득자의 조세 포탈이 근절되지 않는 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언급했듯, '지하경제'도 상당 부분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크게 늘어난 복지 지출을 감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상식을 근거로 어느 정도 부담 증가를 각오한 국민도 적지 않았다. 따라서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다른 형식과 절차를 밟았다면 국민 이해가 한층 커졌으리라는 점이 못내 아쉽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태도다.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은 이번 세제개편안을 두고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지 않았으니 증세가 아니다"는 군색한 논리에 매달렸다. 특별한 정책 목적상 도입된 조세감면의 틀과 폭을 조정하는 것이 대표적 증세 수단이고, 그 이름과 방법이 무엇이건 실질 세부담 증가가 곧 증세라는 납세자의 인식과는 너무 동떨어졌다. 박 대통령이 지난해 후보시절부터 강조해 온 '증세 없는 세부담 증가'라는 방침의 공개적 포기 선언이 없는 한 반복될 수밖에 없는 해괴한 논리다.
정부 설명대로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되 결과적으로 늘어나는 중간층 급여소득자들의 세부담은 평균 연 16만원 수준이다. 나라 형편이 어렵다고 장롱 속의 금붙이를 모아 외화 마련에 협력했던 국민이 고소득층의 한결 커질 부담에 부수된 이 정도의 부담 증가에 무조건 반대하고 나설까. 기분 좋은 일은 아니더라도 정색하고 반발하기도 어렵다.
정치적 이해타산에 매달린 여야의 태도가 답답한 것도 그래서다. 국민 마음을 어루만질 기술적 방법을 가다듬기는커녕 야당은 '세금폭탄'이라는 억지 과장으로 국민 불만을 부채질하고, 여당 또한 상식과 원칙에 아랑곳없이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하기에 급급하다. 정부의 세제개편을 뒷받침할 국회의 이런 자세에 비추어 이번 세제개편 구상이 누더기가 되는 것은 물론 앞으로도 현실적 필요성과는 무관하게 세제개편의 실현 가능성은 한결 낮아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청와대와 정부가 솔직히 '증세'를 시인하고, 여야가 책임 있는 자세로 대국민 설득에 앞장서서 먹구름을 흩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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