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발전기 한대라도 고장이 난다면, 악몽 같은 '준 블랙아웃'사태가 현실화될 전망이다. 정부는 금주 초 전기 수급상황이 2011년 9ㆍ15 정전대란 이후 최악의 상태로, 올 여름 전력난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고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2~13일 전력공급능력이 시간당 7,744만㎾인 데 반해 최대 전력수요는 8,050만㎾까지 상승, 추가대책 전 예비전력이 -306만㎾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1일 밝혔다. 산업부 관계자는 "애초 올 여름 최대수요를 7,870만㎾로 봤으나 한 달 이상 지속된 폭염 탓에 예상보다 180만㎾나 올라갔다"며 "14일도 최대전력수요 8,000만㎾, 예비력 -256만㎾일 것으로 보여 이번 주 초가 올 여름 전력수급의 최대 고비"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절전규제, 민간자가발전 등 상시수급대책(486만㎾ 규모)을 쓰더라도 예비력이 고작 180만㎾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력수급경보 4단계인 '경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100만㎾급 원전 1기가 멈춰 서면 예비력도 100만㎾ 이하로 추락, 9ㆍ15 대란 때와 같은 전기공급 차단(순환정전)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산업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전력당국은 상시대책 외에도 전압 하향조정이나 화력발전 극대출력 운전, 긴급절전 등 비상조치수단(260만㎾ 규모)도 모두 시행해 예비력을 420만㎾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은 이날 오후 한국전력과 6개 발전사, 전력거래소 등 전력유관기관장들과 긴급 전력수급 위기 점검회의를 갖고 "12~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산업체와 공공기관, 가정, 상가 구분 없이 전기사용을 최대한 자제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연중 최대 전력고비를 앞두고 열병합발전소가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 국민적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국동서발전의 일산 열병합발전소의 가스터빈 3호기가 10일 오후 9시20분쯤 발전기 계통 고장으로 멈춰서, 11일 오후 2시에야 가동이 재개된 것. 이 가스터빈 3호기는 공급력 10㎾ 짜리로 규모는 작지만, 최악의 전력수급 비상상황에서 발생한 고장이란 점에서 정전 우려를 키우고 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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