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마라톤이 제14회 모스크바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마라톤 단체전은 출전선수 상위 3명의 기록을 합해 순위를 정한다. 번외 경기에 속해 공식 메달집계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하지만 세계 마라톤의 추세가 남녀를 불문하고 케냐와 에티오피아로 대표되는 아프리카 국가들의 초강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한이 예상 밖의 금메달을 따낸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번 대회 여자마라톤에만 출전한 북한으로선 뜻밖의 행운을 거머쥔 셈이다. 특히 북한 여자마라톤은 정성옥(39)이 1999년 세비야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세계를 놀라게 한 경험이 있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도 마라톤 단체전을 '월드 마라톤 컵'이라는 이름으로 높은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한국 남자마라톤도 2007년 오사카 세계육상선수권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손에 넣은바 있다.
북한은 10일(한국시간) 대회 첫날 열린 여자마라톤에 쌍둥이 자매 김혜경(20)ㆍ김혜송(20)을 비롯해 김미경(22)ㆍ신용순(23) 등 4명의 선수를 출전시켰다.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을 출발해 모스크바 강변을 따라 10㎞구간을 세 차례 순환한 뒤 주경기장으로 되돌아오는 42.195㎞ 풀코스 레이스에서 김혜경(2시간35분49초), 김혜송(2시간38분39초), 신용순(2시간39분22초)이 각각 8위와 14위, 17위로 골인했다. 북한은 이들 상위 3명의 기록합계가 7시간53분39초를 마크해 미국(8시간7초)과 리투아니아(8시간6분27초)를 제치고 우승했다. 케냐와 에티오피아 등 전통의 마라톤 강국 선수들은 섭씨 30도 가까이 오르내린 무더위로 한 두 명을 제외하고 중도에 레이스를 포기해 단체전 등위에 오르지 못했다.
개인전 금메달은 케냐의 에드나 키플라갓(34)에게 돌아갔다. 키플라갓은 막판 역전극을 펼치며 2시간25분44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키플라갓은 이로써 2011년 대구 대회에 이어 세계선수권 여자 마라톤 사상 첫 2연패를 달성했다. 40㎞지점까지 선두를 달리던 이탈리아의 주부 마라토너 발레리아 스트라네오(37)가 뒷심부족으로 선두를 빼앗긴 채 2시간25분58초로 은메달을, 일본의 후쿠시 가요코(31)가 2시간27분45초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나홀로' 출전한 한국의 김성은(24ㆍ삼성전자)은 자신의 최고기록(2시간27분20초)에도 한 참 못 미치는 2시간48분46초의 기록으로 32위에 그쳤다.
북한 선수단장 자격으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정성옥은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소감을 묻는 한국 기자단에게 "(북한에는) 지금 체육 열풍이 불고 있다"며 북한 체육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 북한은 지난해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그는 또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성적을 기대하고 있다"며 "더 잘해서 조선 사람의 본때를 보여주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어 열린 남자 1만m 결선에서는 런던올림픽 2관왕(1만mㆍ5,000m) 모하메드 파라(30ㆍ영국)가 27분21초71로 무난하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육상선수권 1만m 4연패 신화를 쓴 케네니사 베켈레(31ㆍ에티오피아)가 잇단 부상으로 주춤하는 사이 '중장거리의 황제'자리는 사실상 파라에게 넘어간 상태다. 파라는 2011년 대구 대회에서는 5,000m 금메달과 1만m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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