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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8월 12일] '촛불 파도'의 민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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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8월 12일] '촛불 파도'의 민심은…

입력
2013.08.1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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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놓은 날짜 중 군대 제대날짜 빼고는 다들 빨리 온다고 한다. 수능시험일이나 제삿날 같은 것을 말하는 걸 게다. 선출직 임기도 마찬가지다. 대통령 임기가 10분의 1을 지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주요 기사들을 보자. '장관 후보자 잇단 낙마, 한반도 전쟁 위기, 윤창중 성추행, 한미-한중 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증발, 전두환씨 일가 압수수색, 민주당 장외투쟁…' 등이 꼬리를 문다. 7주째 계속되고 있는 촛불집회는 '몇 명이 모였다'는 엇갈린 산수 수준 셈법만 조그맣게 보인다. 대학가ㆍ종교계 시국선언은 두 눈 크게 뜨고도 찾기 어렵다. 이 중에는 박 대통령 의사와는 무관하게 빚어진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도 있지만,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대통령이 비켜갈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필자는 새 정부가 표방한 것 중 다른 건 다 놔두고 '국민대통합'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다. 정치적 입장을 떠나 국민대통합에 당위적 차원의 희망을 가졌고, 박 대통령이 임기 중 통합의 초석만이라도 놓는다면, 그 어떤 잡음이나 의혹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평가하겠다고 생각했다.

임기 10분의 1이 지나는 동안, 국민대통합을 위해 무엇을 했는가? 백 보 양보하여, 가시적 조치를 이루기엔 아직 너무 이르다 치자. 어떤 준비 조치라도 하나 내놨는가. 장관이나 힘 센 기관장 자리 안배가 국민대통합이 아님은 대통령 스스로도 말한 바 있다. 옳다. 장관 자리 몇 개 내준다고 통합됐을 거면 진작 됐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하는 것, 많은 사람들이 원하지 않는 것을 안 하는 것이 통합의 출발점이다. 통합은 그렇게 멀리 있거나, 어려운 게 아니다. 박 대통령의 트레이드 마크인 '상식과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비가 오건 뙤약볕이건 사람들이 모이지 않아도 되게 하는 것, 그것이 통합의 첫 걸음이다. 누군들 주말 그 빗줄기 속에, 그 폭염의 복사열 속에 촛불 들고 모이고 싶겠는가? 그런데 왜 7주째 모이고, 왜 그 숫자는 점점 더 불어나는가? 이들을 '박 후보 당선에 실망한 불만-불순세력'이라고 규정하는 한, 국민대통합은 요원하다.

이들의 주장은 딱 하나다. 국가정보원 선거개입사건 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통해 경찰, 국정원을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게 하자는 것이다. 그들이 '겨우' 5만 명 정도면 아직 괜찮고, 수십 만 명쯤으로 불어나면 '주요 현안'이란 말인가? '대선 후보 때 벌어진 일이고, 지난 정부에 빚진 거 없으니 나는 상관 없다'며 침묵으로 일관 하는 것 자체가 대통합과는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국정 담임세력에게 묻는다. "미래로 나가려는데 반대세력이 딴지 걸고 있어서"라고 말하고 싶은가? 국정운영은 자파 단합대회나 등반대회가 아니다. 빚진 게 없다면서 전임 정부 하의 사건에 왜 뭉기적대는가? 진실로 빚진 것이 없다면 법의 이름으로 과감히 단절할 일이다. 선거 과정에서 '아랫사람들'이 과잉충성의 연결고리를 맺어 결과적으로 빚진 게 있었다면, 셈 바로 해서 갚고 나아갈 일이다. 호미 아끼려다 가래마저 부러뜨리고도 수습 안 되는 것, 지난 30년 동안 숱하게 봐오지 않았던가? 실수 자체보다 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는 게 진짜 문제다.

지난해 12월 14일, 당시 박근혜 후보는 "국정원 직원 댓글 증거가 있으면 민주당은 제출하라"고 단호히 요구했다. 검찰수사결과 수 천 건의 댓글을 통한 선거개입이 확인됐다. 당시 박 후보로선 상세한 사정을 몰랐을 수 있다. 아니 몰랐다고 믿고 싶다. 몰랐던 것은 흠이 아니다. 그러나 실체가 드러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검찰-경찰-국정원을 통할하는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국기문란사건 진상규명을 지시하고, 처벌할 사안은 처벌한 뒤, 재발방지책을 집행하면 촛불 들고 모이라고 해도 안 모일 것이다. 그게 국민대통합의 첫 걸음이다. 오불관언 식의 침묵은 무혐의 입증이 아니라, 의혹만 키울 뿐이다. 대통령 스스로의 답답함을 풀기 위해서라도 더 이상의 침묵은 도움이 안 된다.

이강윤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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