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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Acronyms : Valid or Invalid (줄임말의 타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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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Acronyms : Valid or Invalid (줄임말의 타당성)

입력
2013.08.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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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본래 남자만 하는 경기였다는 속설이 있다. ‘Gentlemen Only, Ladies Forbidden’(남자만 하고 여자는 금지함)의 첫 글자만 모아서 두문자어(acronym)를 만들었다는 것인데 쉽게 믿기 어려운 주장이다. 한국인은 ‘물건 구입 후의 품질 보증 서비스’(warranty service)를 흔히 A/S로 표기하는데 이는 영어의 약자도, 영어다운 표현도 아니다. After-sale Service라는 말을 줄인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줄임말을 쓰는 원어민은 거의 없다. 한국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PT할 자료 어디 있지’에서 ‘PT=presentation’ 으로 이해하는 것도 ‘엉터리 준말’(invalid jargon)이고 100% 콩글리시다. 원어민들은 줄이지 않고 그냥 ‘presentation’이라고 말한다.

줄임말이 대중적 지지를 받으려면 그만큼 널리 알려져야 한다. 보통 사람에게 PC 는 Personal Computer로 이해되지만 정치인들이나 사회학자의 귀에는 Politically Correct(정치적으로 사용해도 무방한 용어)로 들릴 수 있고 공학자에게는 Printed Circuit(플라스틱에 심은 회로기판), Protective Clothing 등으로 들릴 수도 있다.

두문자어 중에는 에이즈(AIDS, Acquired Immune Deficiency Syndrome),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처럼 줄임말이 마치 하나의 단어처럼 쓰이거나 IBM, FBI, KGB 등처럼 글자 하나 하나를 따로 발음해 주는 것도 있다. 전자처럼 하나의 단어처럼 발음하는 줄임말을 acronym이라고 부르고 후자처럼 스펠링을 하나씩 부르는 줄임말을 Initialism이라고 부른다.

이런 줄임말의 생명력과 타당성은 별개의 문제이며 직업별, 분야별 전문 용어가 보편성을 갖지 못하면 일반 어휘가 되지 못한다. 미국의 ‘음주 운전 반대 어머니 모임’(Mothers Against Drunk Driving)을 가리키는 MADD는 수십 년이 지나서야 사람들이 이해하기 시작했다. 우리 정부의 ‘안전행정부’를 안행부라고 줄여 말하면 모든 사람이 아는 것은 아니다. 영어 레이저(Laser)가 일반 어휘가 된 것은 본래의 뜻 Light amplification by stimulated emission of radiation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약어나 줄임말은 본래 종이값과 인건비가 비쌌던 중세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줄임말은 편리한 이점이 있지만 남용과 오용은 항상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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