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검찰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을까.
광주지검이 2019 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 정부보증문서 위조 사건과 관련, 최근 강운태 광주시장실을 압수수색함에 따라 강 시장 처리 방향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주시와 강 시장은 민선 5기 출범 이후 수 차례 검찰 수사를 받았고, 그 때마다 강 시장 및 측근들의 사건 개입ㆍ연루 의혹 등이 불거졌지만 강 시장 사법처리는 피했다.
2011년 11월 982억원짜리 총인처리시설 시공권 입찰비리가 터져 시청 공무원 5명과 강 시장 측근 등이 구속됐지만 강 시장은 무사했다. 지난해 3월엔 강 시장 친인척 계좌 등에서 나온 출처 불명의 뭉칫돈 21억원이 나와 검찰이 내사를 했지만 강 시장은 무혐의를 받았다.
지난해 8월 미국의 3D(입체영상)컨버팅업체에 속아 70억 원을 날린 광주시의 3D변환 한미합작법인 '갬코'의 부실 투자 의혹 사건 당시에도 강 시장은 배임 공모 의혹이 제기돼 조사를 받았지만 기소되지 않았다.
검찰의 이번 광주시장실 압수수색이 주목을 받는 것은 검찰과 시청 안팎에서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8일 시장실 압수수색 이후 일각에선 "검찰이 시장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참고인 조사과정에서 위조된 공문서 내용이 강 시장에게 보고됐다는 진술을 확보했기 때문이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물론 검찰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밖에서는 소문이 사실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특히 검찰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2019세계수영선수권대회 유치위원회 김윤석 사무총장 주변에선 "김 사무총장이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검찰에서 자신의 결백과 함께 이번 사건의 진실을 모두 밝히기로 했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의 수사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공문서 위조를 둘러싼 강 시장의 묵인 및 개입, 사전 인지 여부 등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엔 설사 공문서 위조가 강 시장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다 해도, 시장실까지 뒤져가며 조사해 내놓은 결론이라는 점이 부각되면 수사 결과에 대한 불만이 줄어들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 있다. 이 때문에 검찰 안팎에선 검찰이 강 시장을 상대로 소환조사라는 '칼'을 뽑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시장실 압수수색까지 해놓고 결재라인의 최고 꼭짓점에 있는 강 시장에 대한 조사 없이 수사를 종료할 경우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뒷말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강 시장 소환에 무게가 쏠린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시장실 압수수색은 증거물이 나오든 안 나오든 강 시장을 소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검찰이 강 시장을 소환하더라도 수사상 필요에 따른 조사 차원인지, 사법처리를 염두에 둔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이번 사건의 최대 관심사는 강 시장이 공문서 위조를 지시했거나 사전에 알고 있었는지 여부이지만 이를 뒷받침할 만한 물증이 변변치 않은 것으로 알려진 데다, 핵심 참고인들도 강 시장 쪽으로 사건이 번지지 않도록 진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설령 강 시장의 공문서 위조 과정 개입 등에 대한 정황이 포착됐더라도 강 시장이 "나는 몰랐다"고 하면 사법처리는 힘들어진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전개되면 이번에도 아랫사람들만 책임을 뒤집어 쓸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지난달 26일 광주시청을 압수수색한 지 13일이나 지난 뒤 시장실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강 시장이 수사에 대비할 만한 충분한 시간을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결국 강 시장 소환과 사법처리 여부는 검찰이 강 시장 개입 사실을 입증하는 명백한 물증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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