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규 환경부 장관이 지난 달, 낙동강 녹조를 미리 손대지 말고 문제가 충분히 드러날 때까지 그냥 두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윤 장관은 확대간부회의에서 "녹조 문제는 변곡점을 넘지 않는 상태까지 간 뒤 대응해야 한다"며 이같이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녹조의 원인이 4대강 사업 때문이라는 사실을 부각시켜 환경부의 부담을 덜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이다. 실제 윤 장관은 국무회의에서 녹조 현상이 4대강 사업으로 가중됐다고 보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4대강 사업에 문제가 있다면, 잘못된 부분과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하지만 폭염으로 녹조가 강 전체로 퍼져가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환경 정책을 책임진 장관이 일부러 예방 조치를 막는 지시를 했다면 너무 무책임하다. 특히 낙동강이 식수원인 지역 주민들로서는 믿기 어려울 정도다. 강물이 조류로 범벅이 된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수과정을 거쳐도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실 수 없다. 환경부가 이런 상태를 부추겼다면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느낄 만하다.
이명박 정부 당시 녹조 문제가 부각되지 않도록 공무원들이 녹조를 거둬내 숨겼다는 뒷얘기도 주민들의 화를 더할 뿐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녹조의 원인을 은폐한 공무원들이 정권이 바뀌었다고 슬며시 양심선언에 나선 꼴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부의 책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녹조의 원인을 전적으로 4대강 사업 탓으로만 돌리기는 아직 이르다. 강물을 가두는 보(洑) 때문에 유속이 느려진 여건 등이 지적되지만, 4대강 사업 이전에도 해마다 녹조는 발생했다. 새 정부의 환경부 장관이라고 해서 환경단체의 주장을 그대로 대변하는 듯한 모습은 포퓰리즘적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녹조 현상이 심해진 원인을 따지기보다 서둘러 확산을 막고 피해를 줄이는데 정부가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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