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오늘 저녁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대중 집회를 연 뒤 시민단체의 촛불 집회에 거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한다. 당 차원 대중 집회의 명목은 '범국민 보고대회'지만, 그보다 촛불 집회 가담이 주된 목적인 것으로 비친다. 김한길 대표는 어제 "민주주의 회복에 나선 국민· 민주당과 이에 역행하는 집권세력이 한판 대결을 진행 중"이라고 말해 거리 투쟁의 목적을 스스로 분명히 밝혔다.
먼저 시민단체가 10만 명 참여를 목표로 한다는 촛불 집회에 민주당이 거당적으로 참여해 뭘 얻으려는지 궁금하다. 김한길 대표는 "국정원 개혁을 위한 국민 함성이 전국 방방곡곡으로 울려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주장의 과장 여부를 떠나, 국회 국정조사로 국정원의 대선 개입을 규명하고 근본적 개혁을 모색하겠다던 다짐은 어디로 갔나 싶다.
물론 장외 투쟁과 촛불 동참으로 여권을 압박하기 위해서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촛불 집회를 주도하는 진보· 야권 성향 시민단체와 참여자들은 국정원 개혁만을 바라는 게 아니다. 그들은 이미 대선 불복과 대통령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다. 그 대열에 가세하기 위해 전국 당 조직에 총동원령을 내린 민주당 지도부가 국정원 개혁을 되뇌는 것은 위선이다. 대선 불복 세력의 기세에 편승하면서 대선 불복은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은 더욱 위선적이고 무책임하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은 국정조사 증인 채택과 활동시한 연장 등에 대체로 합의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우선 진상 규명에 힘쓸 일이다. 그게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판단한다면, 국정조사 포기를 공식 선언하고 장외로 나가든 말든 알아서 선택하는 게 사리에 맞다. 양쪽에 엉거주춤 다리를 걸친 채, 정국 타개를 위한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 도의와 상식에 어긋난다.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주말 촛불 집회에 몇 명이 모이든 걷잡을 수 없는 '대선 불복' 시위로 과격화하는 사태다. 집회 주도세력뿐 아니라 민주당도 내심 그걸 바랄지 모른다. 그러나 그리되면 국정조사와 국정원 개혁은 물 건너 갈 것이 뻔하고, 여야 대치 정국도 수습할 수 없는 지경으로 악화할 것이다. 거기서 민주당이 뭘 얻을 수 있을지 잘 헤아려야 한다.
혹시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 정부 때의 촛불이 정권을 흔든 것과 같은 '한판 대결'을 기대한다면, 여론 향방을 다시 잘 살피기를 권한다. 촛불이 정권은 흔들지 못한 채 민주당 깃발만 태우고 마는 경우도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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