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내부는 물투성이가 된 상태다. 기준 이하로 오염된 물을 배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도쿄 전력만 억눌러서 해결되지 않는다. 국가 전체가 대응해야만 한다." 일본 원자력 규제위원회의 다나카 ??이치 위원장이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원자력발전소 오염수의 방출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한국에서도 방사능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고 원전에서 일반인 1년 허용치의 2,000배에 달하는 초고농도 방사능 수증기가 피어오른다는 이야기에 긴장했던 한국의 네티즌들이다. 여기에 방사능 오염 폐수가 그대로 바다에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는 영향이 없겠느냐는 글이 연이어 올라오고 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일본 정부와 산하 기관들이 노골적인 거짓말과 현황 축소 은폐를 일삼고 있다는 점이다.
1954년 비키니 환초에서 'Castle Bravo'라고 이름붙인 수중 핵실험이 실시되었다. 약 15메가톤에 이르는 대규모 핵실험이었다. 핵실험이 있었던 날 근처에서 일본의 어선 '다이고후쿠규마루'호가 참치잡이를 하고 있었다. 참치잡이를 하고 있던 23명의 어부들은 비키니 환초에서 날아온 흰색의 방사능 낙진가루를 온몸에 뒤집어썼다. 방사능 노출사고로 배의 무선사였던 쿠보야마씨는 그해 9월 사망하였다. 일본의 강력한 항의에 미국은 일본에 200만 달러를 보상하고, 피해 선원들에게는 한 사람당 200만 엔을 지급하는 것으로 서둘러 마무리했다.
그러나 지상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다였다. 수중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이 인근 바다와 물고기들을 오염시킨 것이다. 일본 정부는 10cm 이상 되는 물고기에서 허용될 수 있는 최대 방사능을 500dpm(disintegration per minute)으로 설정하였다. 이 기준에 따라 당시 수백 척의 어선에서 잡은 450톤이나 되는 어류를 폐기시켜 땅에 묻어버렸다. 방사능에 오염된 어류를 당시 일본 정부가 폐기시킨 지역은 비키니 지역에서부터 매우 먼 지역에 이르고 있다. 대만과 그 동쪽에 있는 한국과 일본 남쪽의 북서태평양의 넓은 지역까지 포함시켰다. 왜 그렇게 넓은 지역을 방사능오염구역으로 설정했던 것일까? 바로 바닷물의 흐름인 해류 때문이었다.
태평양에서 일어나는 해수의 순환을 살펴보자. 필리핀까지 도달한 뜨거운 북적도해류는 방향을 바꾸어 북서쪽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이 해류를 쿠로시오 난류라 부른다. 쿠로시오 난류는 수많은 아시아의 섬들을 헤치며 북서쪽으로 계속 올라온다. 드디어 우리나라 근해로 들어오면 한 지류는 대한해협을 거쳐 동해로 들어간다. 그러나 본류는 일본 동쪽 해안을 따라 북상한다. 북상하던 쿠로시오 난류는 한류를 만나 방향을 동쪽으로 바꾼다. 바로 이 지점이 원자력 사고가 난 후쿠시마 앞바다이다. 이 해류는 동진하여 북미 서해안 지역에 도달하여 캘리포니아 연안을 따라 남쪽으로 흘러내려간다. 파나마 지역에까지 내려간 다음 서쪽으로 방향을 바꿔 북적도 해류에 합류한다. 한 바퀴 빙 돌아 원래의 위치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따라서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방출된 방사능 오염수는 해류를 따라 태평양을 한 바퀴 돌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바다로 흘러올 것이다.
그러나 지금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방사능 오염수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 후쿠시마에서 바다로 흘러들어간 방사능 오염수는 해류가 다시 후쿠시마까지 돌아오는 2~3년 후 우리나라에서 검출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방사능으로 오염된 물은 2년 동안 순환하면서 거의 사람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희석된다. 해류에 포함된 방사능은 거의 무시할 정도가 되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에서 방사능이 누출되고 바다로 방사능오염수가 흘러든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일본근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을 수입하지 않는 것이 더 안전하고 현실적이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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