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경협 보험금을 지급키로 결정했다. 일단 공단 폐쇄를 염두에 둔 조치로 볼 수 있다. 북한이 일방적으로 공단의 잠정 중단을 선언하고 근로자를 철수시킨 지 4개월 만이다. 지난 달 공단 정상화를 위한 6차례 남북 실무회담이 성과 없이 결렬된 마당이어서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는 한 개성공단은 이대로 폐쇄될 운명에 처했다.
통일부는 "북측의 일방적인 합의 불이행으로 사업 중단 1개월이 된 5월8일부터 경협 보험금 지급사유가 발생했다"면서 공단 폐쇄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달 29일 실무회담 재개를 제안하면서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를 보이지 않을 경우 '중대 조치'를 취하겠다고 최후 통첩성 예고를 했다. 경협 보험금 지급이 첫 번째 '중대 조치'인 셈이다.
공단 폐쇄를 기정사실화하기는 아직 이르다. 정부는 단전· 단수 등 실질적인 공단 폐쇄 조치는 유보한 상태이다. 북측이 일방적 중단 사태의 재발 방지를 보장한다면 공단이 다시 열릴 여지는 남아있다. 다만 경협 보험금 지급과 함께 공장· 설비 등 입주업체의 자산 소유권이 정부에 넘어간다. 북측이 이른 시일 안에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재가동은 아주 어렵다는 얘기다.
이번 조치로 정부는 보험금 2,809억 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급한다. 공단이 이대로 폐쇄될 경우, 우리 쪽 피해는 정부·기업의 회수 불가 투자액 7,300억 원 등 많게는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중국 베트남 등에서 유턴하는 중소기업의 좋은 대안 투자지역이 사라진다. 물론 북한도 한해 임금수입 9,000만 달러와 5만4,000명의 일자리를 잃는다. 또 중국 등 외국 투자가들에게 최악의 메시지를 줄 수밖에 없다.
경제적 손실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의 호혜적 경협 프로젝트가 좌초하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남북 긴장 완화와 관계 발전, 북한의 개혁·개방 촉진, 북한 주민의 대남 인식 개선 등 여러 효과를 기대한 사업이다. 이 때문에 역대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과 거듭된 도발, 일방적 공단 중단 등에도 개성공단을 유지했다.
그러나 북한이 정치·군사적 목적으로 공단을 마음대로 닫았다 열었다하는 불안정한 상황을 더 이상 참고 용인할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방침이다. 국민 여론도 지지한다. 따라서 이제 개성공단의 운명은 오로지 북한의 선택에 달렸다. 우리 사회는 바람직한 남북관계의 장래를 위해 의연한 자세를 지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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