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농구 대표팀이 16년 만에 세계선수권 티켓 획득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한국은 7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2차 조별 리그(12강) F조 2차전에서 카자흐스탄을 71-47로 대파하고 3승1패로 승점 7을 기록했다. 인도와의 조별 리그 최종전 결과와 관계없이 이란(4승ㆍ8점)에 이어 조 2위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8강과 4강전까지 승리하면 이번 대회 3위까지 주어지는 내년 스페인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얻는다.
기대 이상의 선전을 하고 있는 대표팀의 원동력은 완벽한 신구 조화를 완성한 유재학 감독의 용병술이다. 여기에다 특유의 치밀한 '압박 수비'를 접목한 결과다.
유 감독은 이번 대회 최종 엔트리 12명을 확정하면서 최준용(연세대)과 문성곤(고려대), 이종현(이상 고려대), 김종규, 김민구(이상 경희대) 등 대학생 5명을 포함시켰다. 대회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아마 선수들을 너무 많이 뽑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지만 젊은 선수들이 보여 준 베테랑과 하모니는 완벽에 가깝다. 김민구는 7일 카자흐스탄전에서 2쿼터 중반 3점슛 3개를 연달아 넣는 등 11점을 연속으로 퍼부어 승부의 균형을 깼다. 속공 능력까지 선보이면서 이날 3점슛 4개를 포함해 14점을 올렸다.
문태영(모비스)과 저울질했던 귀화 혼혈선수 카드도 적중했다. '한 방'보다 '높이'를 택했고, 204㎝의 이승준(동부)은 기대대로 장신 군단들과 밀리지 않는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주장 양동근(모비스)을 비롯해 김주성(동부), 조성민(KT) 등 베테랑들이 앞에서 끌고 젊은 선수들의 스피드와 패기로 시종일관 펼치는 '압박 수비'는 유 감독의 '작품'이다.
관심은 대진운이 따르고 있는 한국의 8강전 상대다. 한국은 12강 2차 조별 리그에서 이란에 이어 2위가 확정적이다. 이번 대회에서는 12개국이 6개국씩 E조, F조로 나뉘어 치르는 2차 리그의 각 조 4위까지가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한다. 따라서 대회 대진 편성에 따라 F조 2위가 된 한국은 E조 3위와 결선 토너먼트 8강전을 치른다.
현재 E조에서는 대만이 승점 8(4승)로 선두를 달리고 필리핀, 카타르(이상 7점·3승1패)가 2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상 한국의 8강 상대가 될 E조 3위는 카타르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2차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 필리핀은 이번 대회의 최약체로 꼽히는 홍콩과 맞붙지만 카타르는 강호로 꼽히는 대만과 대결한다. 카타르, 필리핀이 동률이 되더라도 필리핀이 카타르를 예선 리그에서 꺾었기 때문에 카타르가 3위로 밀린다. 카타르는 FIFA 랭킹이 각각 36위로 33위인 한국과 전력이 엇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보여준 '유재학 매직'은 8강을 넘어 4강, 결승까지 희망을 주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