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반도체 미세화 공정에서 다시 한번 새 역사를 썼다.
삼성전자는 6일 세계 최초로 반도체 미세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신개념의 '3차원 수직구조 낸드(3D V-NAND) 플래시 메모리' 양산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제품 용량은
업계 최대인 128Gb(기가비트)다. 이는 1,280억개 메모리 저장장소를 손톱만한 크기의 칩에 담는다는 뜻이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의 독자적인 '3차원 원통형 CTF 셀 구조'와 '3차원 수직적층 공정' 기술이 적용돼, 기존 20나노미터(10억분의 1m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5,000분의 1)급 제품 대비 집적도가 2배 이상 높아졌다. 단층으로 배열된 셀을 수직으로 쌓아올리는 방식을 통해 공정의 물리적 한계를 돌파한 것인데, 단독 주택을 짓는 대신 초고층 아파트를 건설해 주거 공간을 획기적으로 확대한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방식으로 10나노급 이하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어 앞으로 5년 후에 1테라비트(Tb) 이상 대용량 낸드플래시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기존의 낸드플래시 메모리 제품은 40여년 전 개발된 단층의 셀 구조로 이뤄져 있는데, 미세화 기술이 물리적인 한계에 직면한 상태였다. 최근 10나노급 공정의 도입으로 셀 간격이 대폭 좁아지면서 전자가 누설되는 간섭 현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기존에 단층으로 적용된 셀을 3차원 수직으로 쌓아 올리는 '구조 혁신'과 '공정 혁신'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삼성전자가 개발한 '3차원 원통형 CTF셀구조' 기술은 고층 빌딩처럼 수직으로 24단을 쌓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쓰기 속도는 2배 이상 빨라지고, 셀 수명인 쓰기 횟수(내구연한)는 제품별로 최소 2배에서 최대 10배 이상으로 향상되고, 소비전력은 절반으로 줄일 수 있다.
작은 면적의 칩에서 최고 집적도를 실현하는 '3차원 수직적층 공정'에는 높은 단에서 낮은 단으로 구멍을 뚫어 전극을 연결하는 에칭(Etching) 기술과 각 단 홀에 수직 셀을 만드는 게이트 패턴 기술 등 획기적인 기술이 적용됐다. 삼성전자는 현재 300여건 이상의 관련 특허를 한국 미국 일본 등에 출원한 상태다.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고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로 음악·사진·동영상을 저장하는 스마트폰 저장 장치 등으로 널리 쓰인다.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세계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은 올해 236억달러에서 2016년 308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최정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장 전무는 "3차원 수직구조 낸드플래시 메모리는 앞으로 전세계 반도체기술을 이끌어 나가는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이라며 "이 기술을 통해 향후 5년 안에 1테라비트 제품 생산도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진용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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