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6일 여야 대표와 원내대표가 참여하는 '5자회담'을 제안한 것은 최근 복잡한 정치권 상황을 감안한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당초 예상됐던 양자 영수회담 또는 3자회담을 넘어 여야 원내대표까지 회담의 틀에 포함시킴으로써 회담의 목적이 경색된 원내 문제의 해결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박 대통령의 이날 제안에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가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 회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와의 회담은 민주당에서 먼저 제안했다. 지난 3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단독 영수회담을 제안하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5일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3자회담'으로 수정 제의했다.
또 여름 휴가를 마치고 복귀한 박 대통령은 5일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규모의 참모진 교체를 전격 단행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따라서 박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여야 대표의 제안을 수용하면서 정국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여기서 더 나아가 회담 참석 대상에 새누리당 최경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까지 포함시켰다. 민주당이 '장외 투쟁'에 돌입하는 등 정국이 얼어붙은 것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과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 등 원내에서 비롯된 문제임을 감안한 것이다. '5자회담'의 형식을 통해 의례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정국 타개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기춘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이 이날 박 대통령의 5자회담 제안을 발표하며 "각종 국정 현안이 원내에 많은 만큼 5자회담을 제안한다"고 설명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5자회담이 성사될 경우 원내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정국 현안들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5자회담의 성사 여부이다. 당장 민주당에선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5자회담으로 변질되는 건 적절치 않다"며 김 대표가 당초 제안한 단독 영수회담 수용을 촉구했다. 박 대통령의 제안을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이에 따라 5자회담이 불발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한길 대표도 5자회담 제안에 대해 "생각을 더 해봐야겠다"며 수용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당내에선 "회담 제의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찬성론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회담이 불발될 경우 정국 경색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정훈기자 h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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