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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8월 7일] 인체조직법 개정으로 장애 없는 대한민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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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8월 7일] 인체조직법 개정으로 장애 없는 대한민국을

입력
2013.08.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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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필자의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한쪽 손목을 잃으며 장애인이 되었다. 더운 여름날에도 남들 이목이 신경 쓰여 장갑을 벗지 못하고 애면글면하는 아버지를 지켜보며 자랐던 필자는 자연스레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에 대한 연민의 정을 가슴 한켠에 차곡차곡 쌓게 되었고 결국 그들을 돕고자 의사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후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정형외과에 몸 담아오면서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의술을 치열하게 연구했다. 필자의 손을 거쳐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환자들을 떠올려보면 나름 의미 있는 인생이었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끝끝내 치료가 어려웠던, 안타까운 사례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다. 불과 10~20년 전만 해도 갑작스러운 사고나 재해로 팔다리에 큰 상처를 입거나, 뼈에 암이 생기는 골육종(뼈암)의 경우 전이를 막기 위해 팔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일이 왕왕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의술이 발달돼 손실된 부분을 도려내고 뼈를 이식하면 장애를 막을 수 있지만, 그 당시엔 그럴만한 의술도, 뼈와 같은 조직을 기증하는 사람도, 법적인 근거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많이 좋아졌다. 같은 일이 생기더라도 누군가가 사후에 기증한 뼈를 이식 받고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제는 우리 국민들의 의식과 제도이다. 기증문화도, 법도 의학기술 속도를 못 따라잡는 모양새다. 자기 삶의 마지막 순간 타인을 위해 생명을 나누는 기증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아직도 수입산 뼈를 쓰고 있는 실정이다. 뼈뿐 아니라 피부, 연골, 인대 등 수많은 조직 이식이 필요한 수술이 점점 늘고 있는데 반해 턱없이 부족한 국내 기증현실로 인해 필요한 인체조직의 76%가 수입되고 있다.

장기와는 달리 혈액형이나 체질과는 상관없이 이식할 수 있는 인체조직이라지만, 같은 인종 간 조직 이식 적합성이 훨씬 좋다. 수입되는 이식재는 아무래도 비싸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환자의 부담도 커지게 된다. 비단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안전성 등을 고려해도 인체조직 이식은 신토불이가 맞는 셈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조직기증 문화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 첫 번째는 국가 차원에서 법에 근거해 기증과 이식을 아우르는 수준 높은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다. 현재 인체조직 관련법은 단순히 이식재의 안전 관리 수준에 머물러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 두 번째는 민관이 협력해 다양한 홍보 활동을 통해 국민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다. 여기에도 법을 통한 인프라 구축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시스템이 마련되면 인식은 더 빨리 확산되기 마련이다.

더 많은 환자들을 장애에서 구해내고자 조직기증 운동에 뛰어들어 이러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에 목소리를 높여온 것이 10여년이다. 이제야 희망적인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최근 국회가 인체조직 관련법 전면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잠재기증자 등록부터 기증, 이식, 전담 관리기구 설치까지 인체조직 이식재의 공적 관리를 공고히 함으로써 국민 보건을 증진시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이다. 인체조직이 혈액이나 장기처럼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공공재가 된다면 궁극적으로 기증문화가 활성화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의 불편함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의 예산은 이렇게 진정 국민을 위해 쓰여야 하는 곳에 쓰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고통 받는 수많은 환자들이 있다.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삶과 그렇지 않은 건강한 삶의 질은 하늘과 땅 차이다. 국가가 이들을 돕는 것은 최우선의 복지이며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근간임이 분명하다. 숭고한 선택을 한 기증자와 유가족에게는 응당한 예우가 갖춰져야 하고, 그 조직을 이식받아 누구나 쉽게 장애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하루빨리 개정안이 통과되어 생명나눔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유명철 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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