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법 지상주의'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사건들이 잇달아 터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나무라는 어머니를 경찰에 신고해 입건시킨 초등학생이 있는 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범행을 일삼고 있지만 10세 이상 만 14세 미만인 형사미성년자에 해당돼 형사책임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만 받고 있는 '촉법소년' 문제가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서라도 법의 남용과 맹점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
경기 수원서부경찰서에는 5일 오전 한 초등학생의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이 황급히 폭행 현장인 수원시 권선구 그 초등학생의 집에 출동해보니 가해자는 신고자인 9살 난 A군의 어머니 B(43)씨였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이날 오전 8시 10분쯤 A군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고 어머니 B씨가 "밥 먹어야지"라고 말한 데서 비롯됐다. A군은 "XX 짜증 나네"라고 욕설을 내뱉었고, 이에 B씨는 아들의 빰을 두 대 때렸다.
그러자 A군은 바로 스마트폰으로 112에 "어머니가 자신을 때렸다"고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관은 A군을 격리시킨 뒤 B씨를 연행했다.
경찰은 9살 난 아들 A군의 뺨을 때린 혐의(폭행)로 어머니 B씨를 불구속 입건했지만, 그나마 A군이 "어머니의 처벌만큼은 원하지 않는다"고 진술해 B씨를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6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집안의 폭력도 범법 행위인 것은 맞고 폭행 정도가 심하면 당연히 경찰에 신고해 가해자를 처벌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밥 먹으란 말에 욕설을 내뱉는 어린 아들에게 훈계조로 뺨을 때렸다는 이유로 112에 신고돼 경찰에 입건되는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씁쓸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2
1년여 동안 절도와 강도를 30여차례 저지른 '촉법소년'이 또다시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성인이라면 벌써 전과가 수십 차례는 기록되고도 남을 만한 수준이지만 이 소년은 조사만 받고 경찰서 문을 나설 수 있었다.
집 나간 부모 대신 조부모와 살고 있는 황모(13)군은 지난해 12월 광주 동구의 한 슈퍼마켓에서 현금과 담배를 훔치는 것을 시작으로 절도 행각을 이어갔다.
취객, 슈퍼마켓, 주차된 승용차에서 지갑, 현금, 스마트폰 등을 가리지 않고 훔쳤고 지난달에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시가 2,000만원어치의 스마트폰 19대를 훔쳤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하지만 황군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없는 촉법소년인 탓에 조사만 받고 풀려났다.
황군은 풀려나자마자 다시 식당과 상점에서 절도 행각을 벌이다 경찰에 또다시 붙잡혔다.
조사결과 황군은 자신의 나이로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법원 소년부에 송치돼 나름의 처분을 앞두고 있었지만 곧바로 형벌이 가해지지 않는 점을 악용해 절도와 강도 짓을 벌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최근까지 황군이 저지른 범죄는 모두 31건에 달했다.
황군은 생일을 앞두고 있어 약 두 달 후에는 촉법소년이 아니라 형사책임 능력자인 '범죄소년'이 된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청소년들이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해 반복적으로 범죄를 벌이고 있어 촉법소년에 대한 연령 기준을 조정해야 한다거나 이들을 보호할 방법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아이들의 신체 발달 속도가 빨라지고 범죄 연령도 과거에 비해 내려가는 추세에 따라 촉법소년 연령도 만 12세 미만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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