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검찰 조사가 대대적으로 이뤄지는 가운데 전 전 대통령 측에서 6일 “취임 전부터 원래 재산이 많았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일가 재산의 형성·증식에도 재임 시 받은 불법 정치자금이 섞이지 않아 추징당할 돈도 없다는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을 17년 동안 보좌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6일 최근 논란이 되는 전 전 대통령 일가 재산의 형성 과정에 대해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민 전 비서관에 따르면 재산의 대부분은 영관급 장교이던 1960∼1970년대 장인인 고 이규동씨가 자신이나 장남인 창석씨, 사위인 전 전 대통령 등의 명의로 취득했다는 것이다.
민 전 비서관은 이창석씨 소유로 있던 경기 오산 일대 임야와 현재 시공사 사옥이 들어선 서울 서초동 땅, 성남 하산운동 일대 토지 등을 사례로 들었다.
전체의 절반 가량이 전 전 대통령 차남 재용씨에게 넘어간 오산 땅 29만여평(95만㎡)의 경우 1968년, 이창석씨가 사업 자금을 마련하려고 처분한 성남 땅 역시 1960년대 취득했다는 것이다. 또 현재 자택을 지은 연희동 땅도 1969년 취득했다고 그는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증여와 상속 등의 절차를 거친 것은 1980∼1990년대지만 취득 시기는 그보다 훨씬 전”이라며 “정치자금이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은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3년 공직자 재산등록 때 전 전 대통령 내외가 각각 20억원, 40억원 정도의 재산을 신고했고 현재 가치로 따지면 최소 수백억원”이라며 “대통령 취임 전에 조성됐다는 증빙 서류가 첨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검찰이 압류한 이순자 여사 명의의 연금보험 역시 네 자녀에게 고루 나눠준 이규동씨의 재산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민 전 비서관은 “공적인 용도를 위해 마련한 정치자금을 자녀들에게 빼돌렸다는 의심은 전 전 대통령을 잘 모르고 하는 억측”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의 현재 근황을 소개했다. 그는 “간간이 기억력과 집중력이 감퇴한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사리 판단은 분명하고 일상 생활도 정상적”이라면서 “전 전 대통령이 생애 가장 힘든 세월을 통과하고 있지만 심신은 모두 건강하다”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퇴임 후 25년 동안 가해진 박해와 비난과 능멸은 일상이다. 요즘 상황이 새삼스럽지 않다”라며 “힘들어하는 가운데서도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재산 29만원’으로 알려진 전 전 대통령 발언에 대해서는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압류된 유체 동산 가운데 현금 재산으로 29만원짜리 통장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였다”고 해명했다. 그는 “일부 언론 매체가 사실을 왜곡해서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고 했다고 보도했고 그 뒤 많은 언론과 정치인이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처남인 이창석씨는 검찰에 그 동안 13차례나 불려가 조사를 받았다. 가족은 지쳐가고 있고 이미 탈진 상태”라며 “누가 극단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까 서로 기색을 살피는 모습이 엿보이기도 한다”고 전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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