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사상 처음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5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이달 말 발표하는 2분기 가계부채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해 말(963조8,000억원) 수준을 훌쩍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은행은 앞서 올 1분기말(3월말) 가계부채가 961조6,000억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사상 첫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는 최근 몇년간 가계부채 연간 증가액이 50조원 안팎이었던 것에 비춰볼 때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부채 증가 규모를 연도별로 보면 2007년(59조4,000억원), 2008년(59조5,000억원), 2009년(54조8,000억원)에는 가계부채 증가액이 50조원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47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가계부채 연간 증가액이 60조원을 넘은 경우도 2006년(62조3,000억원)과 2010년(67조3,000억원), 2011년(73조원)에 나왔었다.
특히 올해 가계부채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6월말 부동산 취득세 감면 종료를 앞두고 주택거래량이 급증하며 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6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사상 최대규모인 469조9,000억원이며 전월 대비 증가폭 5조8,000억원도 6년 7개월만에 최대치다.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5월 6,400호에서 6월 9,000호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3조8,000억원 증가한 320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경기부진에 따른 생계형 대출도 올해 가계부채를 확대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근 수 년간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속도가 경제성장이나 소득증가세를 앞지른 것도 가계부채 확대의 원인이다. 1999∼2012년 국내총생산은 연평균 7.3%,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5.7% 늘었지만, 같은 기간 가계부채 증가율은 11.7%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집계 방식에 따라 이미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가계부채는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규모가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가계부채는 가계신용에 해당하는 수치로, 한국은행에 보고하는 모든 금융기관이 보유한 가계부채를 합한 것이다. 반면 비자영업자 가구, 자영업자 가구, 비영리단체를 모두 포괄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모든 부채를 지칭하는 한국은행의 자금순환표상 가계부채로 보면 지난 3월말 기준 가계부채는 1,157조원에 달한다.
여기에 임대보증금 부채(312조원 추정)까지 고려하면 올해 3월말 가계부채가 1,500조원에 육박한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가계부채에 대한 경계심을 키우고 있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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