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5일 비서실장과 청와대 수석비서관 인사 4명을 전격 교체한 것은 여러 상황을 감안한 다목적 포석이다.
애초 두 달여 공석인 정무수석을 메우는 인선 정도가 예상됐지만 박 대통령은 예상을 뛰어넘는 비교적 큰 폭의 인사를 단행했다. 허태열 청와대비서실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물론 공석인 정무수석을 제외한 8명 중 절반을 교체했다. 사실상 2기 참모진을 꾸린 것이다.
이번 인사에는 하반기 국정운영을 위한 새로운 동력을 얻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박 대통령이 취임한 지 6개월이 다 돼가지만 시중에선 아직도 박근혜 정부의 국정과제 등 방향성이 모호하며, 창조경제와 고용ㆍ복지 등 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내세운 핵심 어젠다가 표류하거나 뚜렷한 실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청와대 인적 쇄신을 통해 국정운영의 고삐를 다시 죄고 공직사회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하반기부터는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박 대통령의 각오가 이번 인사에 반영됐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2기 청와대 참모진에 무엇보다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는 성과물을 낼 것을 강조하는 등 강한 국정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하계 휴가 기간에 이 같은 구상을 갖고 인선을 숙성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 과정은 철저한 보안 속에 진행됐다. 때문에 청와대 안팎에선 ‘박 대통령의 휴가 직후 정무수석 인선은 하지 않겠느냐고 봤는데 비서실장 교체 등 대규모 인선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허 실장의 전격 교체는 새 정부 초반 계속된 인사 파동과 인사 관련 불협화음 등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곽상도 민정수석의 교체도 같은 맥락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곽 수석은 인사 검증의 담당자였지만 새 정부 초반 국무총리 후보자와 장관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할 정도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여권 내에서도 경질설이 나돌았다. 최성재 고용복지수석과 최순홍 미래전략수석의 교체는 업무 추진 능력과 실적에 대한 청와대 안팎의 누적된 불만의 결과로 보인다.
허 실장은 자신의 교체와 관련 “수석 4명이 교체되는 마당에 자리를 지키는 건 도리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지난 6개월은 국정운영의 주춧돌을 쌓는 시간이었고 이제 후임자가 주춧돌 위에 경제 살리기 등 집 짓기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기 청와대 참모진에서 5명으로 ‘대세’를 이뤘던 성균관대 출신은 유민봉 국정기획수석과 모철민 교육문화수석 2명만 남게 됐다. 허 실장과 곽 수석이 이번 인사에서 교체되고 이남기 홍보수석은 ‘윤창중 파문’으로 지난 5월 사표가 수리된 데 따른 것이다.
대신 서울대 출신과 고시 출신이 약진했다. 출신 대학을 보면 서울대가 6명으로 가장 많았다. 기존의 주철기 외교안보수석과 조원동 경제수석 외에 이날 임명된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준우 정무수석, 홍경식 민정수석, 윤창번 미래전략수석이 서울대 출신이다. 1기 청와대의 3명에서 배로 몸집을 키웠다. 특히 김기춘 실장, 박준우 정무수석, 홍경식 민정수석은 모두 서울대 법대 출신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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