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수술 환자를 유치해 온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병원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적발된 병원 중에는 규모가 큰 유명 병원도 여러 곳 포함됐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건네고 환자를 알선 받은 혐의로 김모(52)씨 등 강남 지역 성형외과 의사 27명과 박모(33)씨 등 병원 직원 2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5일 밝혔다. 환자를 소개하고 수수료를 챙긴 문모(35)씨 등 '성형 브로커' 27명과 대부업체 관계자 6명도 함께 입건됐다.
의사 김씨 등은 브로커들에게 2011년 1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수술 환자 260명을 알선 받는 대가로 총 7억7,000여만 원의 수수료를 지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병원에 '대외사업부'나 '마케팅팀'이라는 별도의 조직을 꾸린 뒤 브로커들과 거래했으며 수수료는 수술비의 20∼45％로 책정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업체와 연계된 브로커들은 "싼 이자로 성형 대출을 받도록 해주겠다"며 주로 강남 유흥업소 여종업원을 유인해 병원에 소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영리를 목적으로 환자를 의료기관에 소개·알선·유인하거나 이를 부추기는 행위는 의료법상 처벌 대상이다.
이번에 적발된 의사 27명은 형사 처벌과는 별도로 2개월의 면허 정지 처분도 받게 됐다.
경찰 관계자는 "신사동, 논현동 등 강남에 집중된 성형외과를 상대로 수사를 확대해 불법 브로커 영업을 하는 업체들을 더 찾아낼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단속에 걸린 27개 병원 가운데 3곳은 대부업체와 짜고 이른바 '후불제 성형'이라는 기형적인 영업도 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병원이 수술을 먼저 해주면 나중에 대부업체가 수수료를 떼고 수술비의 55％만 병원에 건네는 '외상 영업'이다.
이와 관련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관계자는 "브로커들이 최근에는 국내는 물론 해외 환자까지 알선해 주고 있어 당국의 지속적인 단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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