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른 성추행 사건으로 곤욕을 치르는 고려대가 징계 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는 바람에 성추행 교수에게 억대의 배상금까지 물어주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정창근 부장판사)는 성추행을 저질러 재임용을 거부당한 고려대 A교수가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면직 처분을 무효로 하고 A교수에게 1억5,143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2007년 임용된 A교수는 2010년 5월 대학원생을 강제 추행했다가 교내 양성평등센터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초 A교수의 임용기간은 2010년 8월까지였지만 같은 해 3월 이미 부교수로 승진한 상태였다.
승진으로 임용기간이 3년 늘었는데도 이듬해 1월 학교는 파면이나 해임이 아닌 재임용 거부 처분을 내렸다. 학교 정관에서 정한 이사회 결의도 거치지 않았다.
이에 A교수는 절차에 하자가 있었다며 소청심사를 청구해 취소 결정을 받았다. 고려대는 이번엔 이사회를 열었지만 또 재임용 거부 처분을 했다.
A교수는 부교수 승진으로 임용이 연장됐는데도 재임용 거부 처분을 내린 것은 대학 측이 실질적으로는 면직 처분을 한 셈인데, 그런 처분에 필요한 징계절차를 밟지 않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승진한 사립대 교원은 그때부터 다시 임용기간을 계산해야 한다"고 A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대학 측의 조치가) 임용 기간 중인 교원의 신분을 박탈한 면직 처분에 해당하지만 징계 절차를 거치지 않아 무효"라고 판시했다. 여기에다 고려대는 첫 번째 재임용 거부 처분 이후 지급하지 않은 임금에 정신적 피해에 대한 위자료 500만원까지 보태 물어주게 됐다.
법원 관계자는 "판결이 확정되더라도 학교 측은 정해진 절차를 밟아 A교수에게 파면 등 징계를 내릴 수 있지만 법원이 판결한 배상금은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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