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미국 정부가 자유무역 원칙을 버리고 보호무역주의를 선택했다. 마이클 프로먼 미 무역대표는 3일 애플의 구형 스마트폰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거부하기로 했다.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무역대표부 대표의 거부권 행사에 따라 애플은 미국 내 구형 스마트폰 판매 금지의 최악 사태를 벗어났지만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특허 협상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하게 됐다.
ITC 결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매우 이례적이다. 기업 간의 특허분쟁은 통상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사안이 아니다. 준사법적 독립기구인 ITC의 권위 약화를 무릅쓴 거부권 행사에 대해 미국 언론도 "예상 밖"이라며 놀랄 정도로 자국기업 감싸기의 성격이 짙다.
우려되는 것은 거부권 행사 명분으로 내세운 '프랜드(FRAND) 원칙이다. 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사용 허가를 해줘야 한다는 원칙이다. 거부권 행사는 이 원칙을 적용한 삼성전자의 표준특허를 애플이 침해해도 수입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ITC는 9일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를 최종 판정한다. ITC가 침해 여부를 판정할 애플의 특허는 표준특허가 아닌 디자인 특허이다. ITC가 최종적으로 삼성이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정할 경우, 오바마 대통령은 삼성 스마트폰의 수입 금지에도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형평에 맞는다고 본다.
표준특허 남용의 부작용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상용특허인 디자인 특허 남용에는 솜방망이 식으로 대응한다면, 누가 표준특허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겠는가.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 위기 이후 세계 경제의 동반 침체를 몰고 올 보호무역주의를 경계하는 발언을 자주했다. 그렇다면 세기의 재판으로 불리는 삼성-애플의 특허 소송과 관련해서도 '보호무역주의 배격' 다짐을 실천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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