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치로부터 헌법 개정 수법을 배워야 한다"는 아소 다로(麻生太郞)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의 망언을 계기로 국제사회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론이 확산되고 있다.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의 퇴행적 역사인식이 국제 여론의 도마 위에 본격적으로 오른 것이다.
미국 백악관은 2일 한일 과거사 문제와 관련 "미국은 항상 진실을 지지할 것이고, 특히 성노예(sex slaves)와 같은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고 밝혀 일본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한반도 담당 보좌관은 이날 재미 한인들을 초청해 가진 국정브리핑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라는 가치와 이익을 공유한 두 나라는 해결해야 할 20세기의 어려운 역사문제를 갖고 있다"면서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특히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이(성노예) 문제에 대해서 아주 대담한 발언을 내놨고, 이는 미국의 입장을 반영한다"고 강조해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측의 주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그는 다만 "양국은 이런 문제에서 협조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한다면 모두 이익을 보게 될 것"이라면서 "미국의 역할은 역내 평화와 안보에 필요한 협력을 독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유대인 인권단체 사이먼위젠탈센터의 간부 에이브러햄 쿠퍼씨는 이날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공동대표 겸 오사카 시장이 전날 아소 부총리의 발언을 "블랙 유머"라고 옹호한 것을 강력히 비판했다.
쿠퍼씨는 "30차례 넘게 일본을 방문했지만 원폭이 투하된 히로시마(廣島)와 나가사키(長崎) 사람들의 고통을 농담 삼아 이야기하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면서 "블랙 유머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되는 것도 있는 법"이라고 비난했다. 하시모토 대표는 1일 아소 부총리의 나치 관련 발언에 대해 기자들에게 "약간 도가 지나친 블랙 유머가 아닐까. (아소 부총리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볼 때) 나치 독일을 정당화한 발언은 결코 아니다"고 옹호했었다.
앞서 사이먼위젠탈센터는 아소 부총리 망언에 대해 "나치가 전 세계를 혼돈에 몰아넣고 인류를 말할 수 없는 공포에 빠뜨린 제2차 대전을 초래한 사실을 망각했는가"라고 비판했다.
각국 정부와 언론도 아소 부총리의 망언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아소 부총리가 역사에 대한 몰이해를 드러내 일본 국익을 해쳤다"고 평했고, 영국 로이터통신은 "과거 전쟁에 대한 아베 정권의 몰염치한 기조와 해석 때문에 인접국인 한국과 중국에서 끊임없이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일간 쥐드도이체차이퉁도 "아소 부총리는 마치 나치가 정당한 절차를 통해 헌법을 개정한 것처럼 발언했지만 실제 나치는 여러 특별법을 만들어 민주주의를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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