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일수록 인구 10%가 재화의 90%를 차지한다. 나머지 10%의 재산을 놓고 국민 대다수가 경쟁하며, 소위 경제라는 시스템 속에서 자기의 재산을 늘리려고 애쓴다. 알량한 노력이고 애처롭기까지 하다. 더 큰 문제는 세금이다. 부자 10%가 세금 90%를 부담해야 마땅한 데, 실상은 소득세를 제외하고는 그렇지 못하다. 특히 간접세의 경우엔 오히려 국부의 10%밖에 차지하지 못한 90%의 서민들이 90%의 세금을 떠받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증세 없는 복지'라는 경제정책을 내세웠다. 문제는 증세 없이 어떻게 복지가 가능하냐는 부분이다. 대선 당시 박근혜 캠프쪽에서는 세율 인상이나 세목 조정 등 직접적인 증세보다는 비과세·감면 축소와 지하경제 양성화, 금융소득 과세 강화 등으로 충분하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그리고 '경제정의'라는 용어대신에 '경제민주화'라는 이상한 패러다임을 갖고 서민을 우대하겠다고 나섰다.
지금의 상황은 어떤가. 거꾸로 돌아간다. 상속ㆍ증여세는 낮추고, 법인세 부담을 완화하여 소수의 부자들은 우대하고, 간접세인 부가가치세를 증세하여 다수의 서민을 압박하겠다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부가가치세를 금융과 의료, 학원 등까지도 과세를 했으면 하고, 유럽의 높은 부가가치세율을 거론하면서 현행 10%의 세율을 인상했으면 하는 속내도 있다. 부가가치세의 증세는 물품과 서비스 가격의 인상을 가져오고 결국 서민을 힘들게 하는 정책이 될 뿐이다.
우리나라의 유류세 같은 물품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못지않은 50%에 육박하는 높은 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간접세는 부자에게 유리하고 서민에게는 불리하다. 유류세에 대한 인하요구는 무시하고 다른 쪽의 부가가치세를 증세하려 한다면, 경제 활성화는 물 건너간다고 여겨진다.
우리 사회는 가진 자에게 너무도 관대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내란죄와 반란죄 수괴이며 뇌물수수 죄인이다. 자신의 삶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떳떳하고도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하고 있고, 추징금조차 내지 않고 있다. 그의 가족들 또한 너무도 부유하다. 프랑스 모리스 파퐁 같은 나치전범의 경우 유럽 국가들은 끝까지 찾아가 처벌하여 국격을 높이고 부정한 돈은 몰수했다. 이것이 납세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독립유공자는 가난하게 살고 일제 강점기 매국노는 대대로 부자로 사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이런 악습이 이어지면 곤란하다.
전 전 대통령 추징금 징수 비법은 단 한가지다. 그에게 경호와 경비를 중단한다는 발표가 있다면 곧장 추징금은 환수될 것이다. 4ㆍ19때 3ㆍ15부정선거 주범인 이기붕이 무너진 것도 경찰이나 경호원이 국민의 열화와 같은 민주주의 운동에 동참함으로써 경호와 경비를 해제했기 때문이다. 반역자들은 국민의 돌팔매질을 가장 두려워한다. 그의 경호를 국가 세금으로 지불하는 것은 납세자에 대한 모독이다.
신용카드 공제를 축소하려는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지하경제 활성화의 차이를 아직도 파악 못한 것 같다. 높은 물가와 높은 세금에 짓눌리며, 자영업과 평범한 봉급생활자로 살아가는 90%의 서민들이 자신들의 부모를 원망하는 나라에서는 미래가 없다.
10대 90의 법칙이 우리나라에서 사라지기 위해선 '경제정의'가 바로 서야 한다. 90%의 인구가 가진 재산이라곤 10%에 불과하지만, 분에 넘치는 세금기여를 하고 있다. 그래도 서민감세는 언감생심 바라지도 않는다. 복지예산이 부족하다면 서민 호주머니보다는 다른 쪽에 눈을 돌리기를 바란다. 부자가 세금 많이 내면 부자는 욕 대신에 존경을 받을 것이고, 나쁜 짓을 해서 돈 번 사람이 결국 그 돈을 국가에 빼앗긴다면, 나쁜 짓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서민에게서 세금을 더 많이 징수할 생각보다는 경제성장을 하여 자연스럽게 세수를 늘리는 방향이나, 부자나 부정한 사람에게서 세금을 더 거둘 묘안을 짜낼 것을 새 정부에게 주문하는 바이다.
홍창의 관동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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