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군표 전 국세청장이 CJ 그룹에서 30만 달러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CJ그룹에서 로비 청탁과 함께 돈과 명품 시계를 받아 전군표 전 청장에게 전달한 허병익 전 차장은 이미 며칠 전에 구속됐다. 송광조 현 서울지방국세청장도 골프 접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스스로 사표를 냈다. 국세청이 머리부터 썩은 복마전이라는 사실이 새삼 드러난 셈이다.
전군표 씨는 국세청장 취임초인 2006년 당시 납세지원국장이던 허 씨를 통해 CJ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잘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30만 달러와 명품 시계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씨는 '취임 축하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은 시인하면서도 대가성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국세청은 CJ그룹 이재현 회장의 주식이동 과정에서 3,560억 원의 세금 탈루 사실을 확인하고도 한 푼도 세금을 추징하지 않았다.
CJ는 2008년 세무조사에서도 세금 포탈이 드러나 1,700억 원을 뒤늦게 냈다. 그러나 당시 국세청은 검찰의 형사고발 요청을 그냥 묵살했다. CJ가 국세청 고위층에 로비를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구속된 허 전 차장은 국세청장 직무대행까지 지내고 퇴임한 뒤 CJ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일했다. 국세청 고위층 비리의 연결고리가 그만큼 길고 질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전 씨에 앞서 국세청장을 지낸 19명 가운데 8명이 비리 혐의로 구속되거나 수사를 받았다. 2000년 이후에만도 8명 중 5명이 비리에 연루됐다. "국세청장은 교도소 담장 위를 아슬아슬하게 걸어 다니는 자리"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수뇌부가 이 모양이니 국세청 직원들의 비리가 좀처럼 근절되지 않는 것이다.
국세청은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부패 근절과 환골탈태를 되풀이 다짐한다. 그러나 국세청장이 30만 달러가 든 돈 가방을 받고도 태연히 '취임 축하' 인사치레로 알았다고 변명하는 의식과 풍토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복마전
오명을 씻을 수 없다. 그야말로 특단의 처방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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