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총수 형제의 항소심 판결 선고를 앞두고 그 동안 사건을 배후 조종한 인물로 지목됐던 김원홍 전 SK해운 고문이 대만에서 붙잡혀 재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김씨 신병이 국내로 인도될 경우 재판부는 그를 법정에 증인으로 세워 지난 재판과 별도로 추가 심리를 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9일로 예정돼 있는 선고 기일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회장은 2008년 10월 SK그룹 계열사 2곳이 출자한 451억원의 선지급금을 선물·옵션 투자 명목으로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유죄로 인정받았다.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은 공범으로 기소됐지만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김씨는 2005년부터 최 회장 측에서 총 6,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송금 받은 장본인이다. 최 회장은 항소심에서 김씨가 자신을 속이고 계열사 돈을 빼돌렸다며 그를 사건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사건을 심리한 서울고법 형사4부 문용선 부장판사도 지난달 11일 공판에서 "김씨가 뒤에 숨어서 이 사건을 기획·연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의 됨됨이가 이 사건을 심리하는 데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김씨가 법정에 나와 어떤 진술을 하고, 재판부가 그 진술의 신빙성을 얼마나 인정하느냐에 따라 항소심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씨의 체포 소식을 접한 SK 측은 재판에 어떤 돌발 변수를 맞게 될지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조사 결과에 따라 최 회장과 김 전 고문간 진실 공방이 벌어지는 등 오히려 재판에 역풍이 불어 닥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건의 결정적인 키를 쥔 당사자의 진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만큼 불리할 수도 있는 현 재판 상황을 반전시킬 호재를 찾았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
특히 SK 측은 그간 최 회장이 아닌 김씨가 횡령 사건의 주범이라고 주장해왔던 만큼 그의 체포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 내부에서는 그간 김씨에 대해 '주술사'라든가 '신분이 불분명한 미스터리 인물'이란 말들이 나돌았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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