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CJ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와 관련해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이 1일 전격 사의를 표명한 데 이어 전군표 전 국세청장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이 청구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거센 후폭풍이 예고되고 있다.
검찰은 CJ그룹 측이 세무조사 무마 등을 위해 전 현직 국세청 수뇌부 전반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인 것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세청 간부들에 대한 고강도 수사가 진행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정 관계로 불똥이 튈 가능성도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윤대진 부장검사)는 전 전 청장에 대한 조사와는 별도로 CJ그룹이 국세청 임원들에게 골프 접대와 금품 제공 등을 통해 세무조사 무마를 청탁했는지 여부에도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실제 지난달 27일에는 송광조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소환해 세무조사 무마 대가로 CJ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했다. 접대의 대가성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부적절한 처신이 드러난 만큼 송 청장은 검찰 조사 5일만인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송 청장이 조사 받은 날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은 CJ그룹 측으로부터 30만 달러와 명품 시계 2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로 구속됐다.
이어 검찰은 이날 전 전 청장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그가 CJ그룹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세무조사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전 전 청장은 로비 의혹 부분은 부인했고 대가성 없는 돈만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검찰은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때문에 전 전 청장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는 과정에서 검찰은 당시 국세청 핵심 간부들에 대한 조사를 검토 중이다. 만일 수사선상에 오른 다른 국세청 간부들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금품 수수 등의 혐의가 드러날 경우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CJ그룹은 2006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가 시작되자 그룹 차원의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전방위 로비를 벌인 의혹을 받고 있다. CJ그룹은 당시 국세청 간부들의 출신지역과 학교 등을 망라, 자사 임직원과 대조하며 로비 대상을 선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같은 로비가 국세청의 미고발 결정이 내려진 이후 최근까지 지속된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2006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 관계자와 그 윗선에 있는 전 현직 간부들이 수사선상에 거론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전직 청장과 차장들의 문제인줄만 알았는데 검찰 수사가 심상치 않다”면서 “CJ가 세무조사를 받던 2006년과 2008년 당시 관여했던 사람들 중 여전히 현직인 분들이 있어서 수사가 확대되면 엄청난 결과가 초래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검찰은 이미 구속되거나 조사를 마친 간부급 외에도 다른 현직 국세청 간부들에 대한 접대 정황을 포착하고 구체적인 액수와 대가성을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수준 이상의 향응을 제공받았거나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곧바로 수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벌써부터 국세청 일각에서는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대대적인 사정 작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말들도 나돈다. @hk.co.kri
염영남기자 lbe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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