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넥타이 이야기 (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임철순의 즐거운 세상] 넥타이 이야기 (하)

입력
2013.07.31 23:08
0 0

넥타이에 관한 유머 중에 이런 게 있다. 별로 우습지는 않지만(진짜 별로다. 약간 뻔한 이야기다.) 하여간 말해보자. 넥타이를 고르는 기준이 나라마다 다르다는 이야기다. 주욱 나열하면 이렇다. 프랑스인:최신 유행하는 겁니까? 독일인:얼마나 오래 맬 수 있지요? 미국인:세계에서 제일 좋은 겁니까? 영국인:신사들이 매는 겁니까?

그리고 그 다음 중국인:팔면 얼마 이익이 납니까? 일본인:얼마나 깎아줄 겁니까? 이 개그의 마지막 등장인물은 역시 한국인이다. 뭐라고 했을까? 얼마나 깎아주느냐고 할 거 같은데 그건 이미 일본사람이 말했다. “이 넥타이 진짭니까?”가 한국인의 질문이라고 한다. 결국 상표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다. 짝퉁 명품에 속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진짜냐 가짜냐를 따지게 된다.

넥타이는 명품이면 더 좋지만 색깔도 아주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빨간 넥타이를 매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미신처럼 번져 있다. 지금 경남 도지사인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표적 ‘빨강이’(빨갱이라고 하면 큰일난다)이다. 그는 빨간 넥타이가 몇 개나 되느냐는 기자 질문에 40여 개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속옷까지 빨갛다고 한다.

빨간 넥타이에 집착하는 이유를 “원래 홍가라서 그렇다”고 농담한 적도 있는데, 紅(홍)이라는 색깔과 洪(홍)이라는 성의 발음이 같아서 한 말이다. 진짜 이유는 빨간 색이 정의와 순수를 상징하는 색이라는 것, 그래서 바르고 순수하게 열정을 가지고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한다.

빨간 넥타이에 대한 믿음은 우리 정치인들만 그런 게 아니다.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1960년 TV토론 때 민주당 존 F 케네디 후보는 빨간 넥타이를 맸다. 흑백TV 시절이었지만 그의 빨간 넥타이는 눈길을 확 끌었고, 결국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를 제쳤다.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도 집권 2기부터는 중요한 연설 때마다 거의 빨간 넥타이를 맸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빨간색을 즐긴다.

가와구치 요리코(川口順子) 전 일본 외상은 중요한 의회 답변이나 연설을 할 때마다 빨간색 옷을 즐겨 입었다. 그래서 그녀의 빨간색 옷차림을 일본사람들은 ‘쇼부후쿠(승부복ㆍ勝負服)’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관광진흥확대회의에 빨간 재킷을 입고 나와 “이 옷을 투자활성화복이라고 부르겠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렇게 빨강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데 착안해 는 책을 낸 국내 기자도 있다.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각종 도구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어떻게 기능하는지, 선거의 허와 실을 살펴본 책이다. 2007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나온 이 책의 메시지는 각 후보들의 실체와 이미지를 잘 비교 구분해 선택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축구 국가대표 홍명보 감독은 색깔이 아주 선명한 빨간 넥타이를 매고 나왔는데도 7월 28일의 한일전에서 1 대 2로 패했다. 양쪽 다 팀을 전면 개편해 처음 맞붙은 경기에서 졌으니 더 기분이 안 좋다. 게다가 경기 본질적인 게 아닌 응원전 시비가 벌어지고 있으니 참 거시기하다. 앞으로 한일전이 벌어지면 이런 일이 계속 되풀이될 우려가 크다.

결론: 빨간 넥타이를 매지 마라. 아니다, 빨간 넥타이에 집착하지 마라. 모든 게 본인의 노력에 달렸지 색깔이 중요한 게 아니다. 히딩크는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을 4강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유명해진 히딩크 넥타이는 빨간 넥타이가 아니었다.

임철순 한국언론문화포럼 회장 fusedtree@hanmail.net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