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한일관계 인식은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지한 성찰 없이는 미래지향적 관계로 나아가기 어렵다'로 요약된다. 양국 관계 회복의 전제조건은 일본의 올바른 역사관 정립이란 얘기다.
이 같은 인식이 처음 드러난 것은 지난 2월25일 취임식 직후 일본 정부의 특사로 방한한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다. 박 대통령은 아소 부총리 면전에서 "양국 간에 아직도 역사 문제 등 현안들이 미래지향적인 관계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돌직구'를 날렸다. 그러면서 "한일 간의 진정한 우호 관계 구축을 위해서는 역사를 직시하면서 과거의 상처가 더 이상 덧나지 않고 치유되도록 노력해야 하고, 피해자의 고통에 대한 진심 어린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인식은 3·1절 기념사에서도 이어진다. 박 대통령은 "지난 역사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 이뤄질 때 공동 번영의 미래도 열어갈 수 있다"며 "양국의 미래 세대에까지 과거사의 무거운 짐을 지워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박 대통령에게 일본은 "미래를 함께 만들어나갈 중요한 동반자"(지난3월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전화통화)이다. 자신이 제시한'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중요한 한 축이자, 북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도움이 필요한 원군이기도 하다.
하지만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 일본의 퇴행적 행태가 계속되는 한 함께 미래로 나가기 어렵다는 게 박 대통령의 생각이다.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의 거듭된 정상회담 '러브콜'에 손사래를 치는 것은 일본 우익 정치인들의 퇴행적 역사인식 발언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당연한 귀결이다. 박 대통령은 한국의 역대 대통령이 미국, 일본, 중국 순으로 정상회담을 하던 관례도 깨버렸다. 연내 한일정상회담 성사 여부도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 7월10일 중앙 언론사 논설실장과의 오찬에서 "역사 문제에 대해 근본적으로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가 조성돼야 정상회담을 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 양국 간에 올바른 과거사 인식과 공유가 있어야 신뢰가 싹트고, 그래야 정치 분야에서도 '어깨동무'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결국 우경화로 치닫는 작금 일본의 상황과 박 대통령의 한일관계 인식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양국 관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가능해진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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