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각료들의 망언, 망발이 갈수록 방자해지고 있다. 보면 볼수록 조심스러워하는 태도 없이 무례하고 건방지다는 뜻이다. 내각 총리부터 일제 침략을 부정해 주변국을 자극하더니 부총리는 '나치 식 개헌'을 주장하는 망발을 했다. 이어 문부상은 축구 한일전 응원 논란에 "그 나라의 민도(民度)가 의심 된다"고 대놓고 우리 국민을 모욕했다.
먼저 주목할 것은 최근 나온 시모무라 문부상의 망발이다. 그는 붉은 악마 응원단이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플래카드를 내건 것을 두고 우리 국민의 수준을 시비했다. 스포츠 경기에서 정치성 구호를 내건 것은 어쨌든 잘못이다. 그러나 그의 오만무례한 말은 과거 저들이 주변국에 저지른 죄악의 뿌리인 민족적 우월감과 상대에 대한 멸시가 그대로 묻어난다. 잇단 망언의 정치적 의도 따위에 앞서 심리적 저변을 살피게 되는 이유다.
공교롭게도 아소 부총리가 본받으려는 나치즘과 일본 제국주의의 공통점은 당시 그들 국민과 나라의 수준이 제법 높았다는 것이다. 히틀러가 바이마르 공화국 헌법을 무력화하고 권력을 잡은 바탕은 유럽 최강의 국력과 국민 수준에 비해 정치가 지리멸렬했던 것이다. 히틀러는 이에 염증을 느낀 국민 정서와 심리를 이용해 게르만의 자긍심을 한껏 높이는 선전술로 끝내 국민을 무모한 침략 전쟁으로 몰고 갔다. 그리고 결국 범죄 국가, 범죄 국민의 낙인을 남겼다.
전후 독일인들은 히틀러를 악인으로 규정, 자신들의 죄를 잊으려 했다. 그러나 '모두가 공범'이라는 양심을 되찾고서야 주변국의 용서를 받았다. 일본이 전후 70년이 가깝도록 과거 죄상을 용서받지 못하는 것은 그런 공범 의식과 양심을 발견하기 어려운 때문이다. 드물게 들리던 반성도 이내 자취를 감춘다.
이런 처지에서 아베 내각이 아무리 국력과 위상에 걸맞은 온전한 헌법과 군대, 역사 정체성 따위를 외쳐도 헛되고 쓸모없을 것이다. 독일인들처럼 뒤늦게나마 문명국가의 올바른 도리를 깨치지 않는 한 전범국, 전범 국민 수준을 넘어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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