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교인들의 소득에 세금을 매기는 것을 다시 추진한다. 기획재정부는 다음 달 세법 개정안 발표 때 종교인 과세 원칙을 밝힐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 정부도 종교인 과세를 추진했으나 이런저런 사정에 밀려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여러 여건이 다른 만큼 또 다시 미루는 일이 없기 바란다.
지난해 3월 박재완 당시 기재부 장관이 처음 거론한 이래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은 일진일퇴를 거듭했다. 일부 종교계의 반발과 대선을 앞둔 시기라는 고려에 밀려 한발 물러섰던 정부는 올 1월 이 문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 성직자 소득에 대한 과세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임기 말 정권의 기력이 부친 탓인지 준비가 부족하다며 또다시 물러섰다.
그러나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정권 초인 지금이 적기라는 정부의 판단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종교단체들이 대부분 과세 원칙에 찬성하는 등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것도 실현 가능성을 높인다.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을 대폭 축소하여 최대한 세금을 거둬들이려는 정부로서는 세수기반 확대 차원에서도 종교인 과세가 필요한 형편이다. 여러 여건이 성숙된 만큼 이번에는 의지를 꺾는 일이 없기 바란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 종교인 과세 원칙을 포함시키고 내년 초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과세 기준과 방법을 마련해야한다.
종교인 소득에 대한 관습적인 비과세는 역대 정부가 40년 넘게 사회적 영향력이 큰 종교계의 눈치를 본 탓이 크다. 종교인 과세로 매년 거둬들일 1,000억 원 정도의 세수 증대 효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세 형평성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 납세 의식을 높이고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천주교에서는 주교회의 결정에 따라 이미 1994년부터 세금을 내고 있다. 개신교도 자발적으로 소득세를 내는 성직자들이 많다. 다른 종교인들도 이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 종교인들이 일반 국민과 마찬가지로 떳떳하게 세금을 내는 것은 사회적 신뢰와 존경을 더 많이 받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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