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기 용인에서 평소 알던 여성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뒤 16시간 동안 시신을 훼손한 A군 사건은 충격적이고 동시에 엽기적이었다. 그는 범행 직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죄책감을 못느낀다"고 적어 주위를 경악하게 했다. 죄의식 없는 냉혈한적인 성향이나 잔혹함 등을 볼 때 A군은 사이코패스보다 소시오패스에 가깝다.
소시오패스란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일종이다. 겉으로는 착한 사람처럼 보이나 이면에는 사람들의 고통을 보며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킨다. 가장 무서운 점은 자신의 행동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인지하면서도 그것을 뉘우치지 않고 계속해서 잘못된 행동을 한다는 부분이다. 친절을 베푸는 보통사람인척 하면서 다른 사람을 고통스럽게 해 자신의 욕망의 충족을 유쾌하게 승화시킨다.
또한 공감능력의 부재와 함께 충동성, 공격성 등으로 타인의 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침해하며, 반복적인 범법행위나 사기성, 공격성, 무책임함도 보인다. 미국 정신의학회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는 법률적 사회규범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이익과 쾌락을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기성이 있다"고 정의했다. 소시오패스의 원인으로는 유전적인 요소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정상적인 기질을 갖고 태어나도 유년시절 사회ㆍ환경적 결핍요인에 영향을 받아 소시오패스가 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진 사이코패스는 소시오패스와 본질적으로 거의 같은 정신 병리이면서 서로 다르게 발현된다. 사이코패스는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는데 반해 소시오패스는 알면서도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둘 다 환경적으로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비일관적인 양육이나 학대, 착취, 폭력, 유기를 지속적으로 경험한 경우가 많다.
소시오패스는 우리에게 아직 생소한 용어이다. 작년에 방영된 드라마'추적자'에서 배우 김상중이 연기했던 인물'강동윤'은 소시오패스였다. 강동윤은 평소에는 너그럽고 관대한 모습을 보이다가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는 비도덕적인 행동, 심지어 살인도 스스럼없이 저지른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소시오패스가 사이코패스 보다 훨씬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만큼 소시오패스는 우리 주변, 심지어는 가족 중에도 존재할 수 있다. 국민을 경악하게 했던 흉악 범죄자 유영철·정남규·강호순·고종석 등은 사이코패스, 김길태·우웬춘·김수철·강성익 등은 소시오패스로 분류된다.
문제는 우리 사회가 소시오패스와 같은 정신질환자 범죄에 관대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범죄 가운데 10건 중 9건은 불구속 처리됐다. 일반범죄자의 재범률은 24.3%인 반면 정신질환자의 재범률이 32%로 매우 높은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조치로 여겨진다. 범죄의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입법적 검토가 필요한 이유다.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로부터 안전지대를 확보 하는게 시급한 과제가 됐다. 이를 위해선 정부차원에서 범죄심리분석가와 심리상담사를 양성, 사회에 신속히 투입할 필요성이 있다. 치안에 대한 투자는 아동ㆍ여성ㆍ장애인ㆍ노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을 보장하는 헌법적 책무이자 배려라는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0월 정기국회에서 입법 및 예산 심의과정에서 경찰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 아동기때부터 소시오패스와 사이코패스 증상을 보일 경우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도록 하고, 검증된 심리프로그램을 통해 예방하는 게 급선무다. 나아가 성공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지양해야 하고, 불안 및 상처를 심층적으로 치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울러 범죄 정보의 축적과 전문성을 배양하고, 보호관찰 제도와 연계한 체계적인 관리시스템을 서둘러야 한다.
우리의 안전지대는 공동체의 따뜻한 관심과 배려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도 명심하자.
지영환 경찰청 대변인실 소통담당 ㆍ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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