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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8월 1일] 60세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전제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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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8월 1일] 60세 정년연장, 임금피크제 전제돼야

입력
2013.07.3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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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대기업이 노조측의 요구에 따라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연장했다. 사측에서는 연공급적 임금체계 하에서 인건비 부담이 크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연계를 제안하였고, 노사가 서로 양보하여 임금피크제 도입과 정년연장이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사측은 또 다른 고민에 빠졌다. 4월 임시국회에서 300인 이상 대기업에 대해 2016년부터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법안이 통과되었기 때문이다. 60세 정년이 법으로 강제됨에 따라 노조 측에서는 굳이 임금 조정에 협조할 이유가 없어졌고, 이후 추가적인 인건비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는 전체기업의 37.5%(2012년 기준)만이 60세 이상 정년을 두고 있는 현실에서 나머지 3분의 2가량의 기업에서 60세 정년연장 법제화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사례다. 이처럼 우리 기업들이 정년연장에 부담을 갖는 것은 고용경직성과 높은 임금 연공성 때문이다.

노동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20~30년 근속 근로자의 임금수준은 근속 1년 미만 근로자의 2.83배에 이른다. 이는 2배가 채 못 되는 독일, 프랑스 등 직무ㆍ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가 일반적인 국가들 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연공급 임금체계를 가진 일본(2.54배)보다도 높다. 또한 기업들이 정년 외에 다른 고용조정 방안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이다.

정치권에서 60세 정년의무화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법률에 규정한 것도 이 같은 연공급 임금체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여기서 임금체계 개편은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는 않지만, 임금피크제 뿐만 아니라 임금조정이나 직무급 도입 등 정년연장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다양한 조치를 의미한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는 60세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연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음에 따라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만 연장되는 상황이 나타날 것을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에 따라 개정법의 취지를 구현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후속조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가장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방안은 정년연장시 임금피크제 도입 내지 임금조정을 연계토록 법에 명시하는 것이다. 이는 법률 해석을 두고 노사간 다툼의 소지가 없도록 하는 장점이 있다. 다만 법개정이 얼마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이를 다시 재개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두 번째로는 개정법 하에서 임금조정 내지 임금피크제 도입 등 사업장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조치가 병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 지원하고, 사회적인 분위기도 형성하는 등 개정법률의 취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일이다. 즉, 60세 정년의 시행을 단순히 기다릴 것이 아니라, 60세 정년의무화까지 남은 2~3년의 기간 동안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 노사정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연계를 위한 노사관계자 교육 및 대국민 홍보, 모범사례의 발굴, 정부의 사업장 지도가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5월 노사정 대타협에서도 정년연장시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을 적극 추진한다는 내용에 노사가 합의한 바 있다.

노후를 대비할 만한 연금 등이 불충분한 상황에서 60세 정년연장은 근로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현행 임금체계의 변화없이 정년만을 연장한다면 기업들이 60세까지 고용을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은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일본의 경우 60세 정년 의무화 이전부터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노력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이를 통해 1998년 60세 정년의무화시 이를 충족한 기업이 93.3%에 이르렀다. 이에 비한다면 우리의 60세 정년준비는 아직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장기고용의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노사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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