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 토종 거포'들의 홈런왕 경쟁이 녹색 그라운드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모처럼 재현된 좌우 라이벌 구도다.
2002, 2003년 2년 연속 타이틀 경쟁을 벌인 이승엽(삼성), 심정수(현대) 이후 10년 만이다. 삼성 캡틴 최형우(30ㆍ삼성), 넥센 4번 박병호(27)의 대포가 2013 프로야구 밤 하늘을 화려하게 수놓고 있다.
2009년, 2011년과는 또 다른 좌우 경쟁
가장 최근 좌우 거포 경쟁이 벌어진 것은 2011년이다. 이대호(오릭스ㆍ당시 롯데)와 최형우(삼성)가 시즌 막판까지 타이틀을 놓고 겨뤘다. 2009년에도 김상현(SKㆍ당시 KIA)과 최희섭(KIA)이 홈런왕을 놓고 집안 싸움을 했다. 그 외에는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한 뒤 특출 난 왼손 타자가 등장하지 않아 '토종 오른손 거포 vs 용병 왼손 거포'의 싸움이었다. 서튼(현대) 가르시아(롯데)는 왼손, 호세(롯데)는 스위치 타자였다.
올해는 2009년, 2011년과는 좀 다른 느낌이다. 최형우, 박병호의 나이와 파워, 홈런왕 경험 때문이다. 이대호는 2011시즌을 마친 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고 일본 무대로 진출했다. 최형우와 2년 연속 선의의 경쟁을 펼칠 기회가 없었다. 최희섭과 김상현은 2009년 나란히 개인 최다 홈런을 터뜨렸지만, 직전 시즌 풀타임 뛰지 않았다. 홈런왕 경험도 없었다.
최형우와 박병호는 다르다. 각각 2011년, 2012년 홈런왕에 올랐다. 그 해 타격 3관왕까지 차지했다. 여기에 올 시즌뿐만 아니라 내년, 내후년에도 홈런왕 경쟁을 펼칠 공산이 크다. FA 자격을 얻으려면 둘 다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승엽, 심정수가 2002년~2003년 한국 야구를 뒤흔든 것처럼 최형우, 박병호도 2~3년 간은 대포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스타일은 정반대, 영양가는 나란히 만점
둘의 스타일은 정반대다. 최형우는 당겨 치는 홈런이 많고 박병호의 타구는 부챗살을 그린다.
21방의 홈런 중 최형우는 우중월 3개, 중월 4개, 우월이 14개다. 박병호는 좌중월 3개, 좌월 5개, 중월 3개, 우중월 3개, 우월이 7개다. 이에 많은 전문가들은 "박병호가 밀어 쳐서 담장을 넘기기 때문에 홈런왕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유형은 달라도 영양가는 모두 만점이다. 단순 비교로는 솔로포 9개, 투런포 6개, 스리런포 6개를 터뜨린 박병호가 솔포로 13개, 투런포 5개, 스리런포 3개를 터뜨린 최형우 보다 앞선다. 하지만 시즌 결승타 1위(10개)를 달리고 있는 최형우는 이 중 7개가 홈런이다. 누구보다 승부와 직결된 결정적인 한 방이 많았다. 박병호 역시 7개의 결승타 중 절반이 넘는 4개가 홈런이다.
에이스를 상대로도 강했다. 최형우는 윤석민, 김진우, 양현종 등 KIA 토종 삼총사에게 모두 홈런을 터뜨렸고 두산 노경은, SK 레이예스의 공도 넘겼다. 박병호는 오승환(삼성) 김광현(SK) 정대현(롯데) 윤석민(KIA) 등 팀을 대표하는 간판 투수에게 대포를 쏘아 올렸다.
업그레이드 된 타격,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올 시즌 홈런왕은 정규시즌 최종전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2011년에도 이대호와 최형우가 23호 홈런까지 공동 선두에 올랐다가 최형우가 8월 막판부터 매섭게 몰아치며 생애 첫 홈런왕에 등극했다. 몰아치기라면 박병호도 자신 있다. 여기에 둘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타격 기술을 보유해 최종 승자를 가늠하기는 더 어렵다.
최형우는 무결점 타격 폼이라고 찬사를 받던 2011년 언더핸드 투수에는 유독 약했다. 타율 2할6푼7리, 지난해에도 2할6푼3리였다. 하지만 "그 동안 많이 상대해보지 못해 도저히 타이밍을 못 맞히겠다"던 타자는 올 시즌 상대 타율이 3할9푼1로 껑충 뛰었다. 언더핸드를 상대로 홈런도 4개나 된다.
박병호는 헛스윙이 줄고 타율이 높아졌다. 30일 현재 타율은 3할1푼7리로 시즌 내내 3할 대 타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타율은 2할9푼. 타석당 삼진도 지난해 0.20에서 0.17로 줄었고, 헛스윙 비율도 11%에서 10.2%로 낮아졌다. 박병호는 "확실히 지난해 보다 타석에서 여유가 생겼다"고 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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