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만원권의 시중 유통 물량이 늘어나 전체 유통 지폐액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시중에 풀린 5만원권은 37조1,559억원어치로 작년 말보다 4조3,894억원 늘었다. 6개월 증가액만 보면 작년 상반기(2조8,378억원)나 2011년 상반기보다 50% 이상 많은 규모다. 이로써 전체 지폐 발행잔액 중 5만원권의 비중이 2년 전 51.0%에서 올해 6월말 기준 66.4%로 높아졌다. 5만원권은 2009년 6월부터 공급되기 시작한 만큼 2010년 상반기는 전년 동기와 비교할 수 없다.
5만원권의 유통 물량의 증가는 한마디로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4월을 기점으로 증가세는 둔화된 상태다. 올해 5만원권의 월별 증가물량을 보면 1월 1조1,474억원, 2월 9,749억원, 3월 2,635억원, 4월 1조3,776억원, 5월 4,889억원, 6월 1,371억원 등이다.
올해 5만원권의 수요 급증과 관련,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일부 계층이 세금 탈루 등을 위해 현금으로 묻어두기 위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동안 5만원권의 수급이 빠듯했는데, 요즘은 5만원권이 필요 물량이상으로 남기도 해 한은에 다시 입금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5만원권은 또 다른 측면에서도 화폐시장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최근 5만원권이 나온 뒤 신규 지폐 제조량이 5년 사이에 3분의 1로 급감, 화폐 제조를 독점해온 공기업 한국조폐공사가 적자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예산정책처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조폐공사가 제조해 한국은행에 공급한 지폐는 5억5,000만장으로 5만원권이 나오기 전인 2008년(17억1,000만장)의 32.2%에 불과했다. 만원권 1장이 1만원권 5장을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조폐공사의 경영 악화로 이어졌다. 조폐공사의 지폐 공급 매출은 2008년 1,321억원에서 지난해 785억원으로 40.6%가 줄었고, 당기 순이익도 2008년 56억원에서 2011년에는 5억원 적자로 돌아섰다.
정승양기자 s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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