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문경의 '방짜 유기' 공장. 구리와 주석의 합금인 놋쇠를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다. 합금 비율은 78 대 22. 이 비율이 잘못 되면 최고의 방짜 유기가 될 수 없다.
용암처럼 펄펄 끓어오르는 1,300도의 용광로 앞에서 뜨거운 불과 맞서며 전통 유기를 만들어내는 방짜 유기 장인들의 삶은 치열하다. 식중독과 대장균 등 세균을 죽이는 살균 효과 때문에 '신비의 그릇'으로 불리는 방짜 유기 그릇은 만드는 공정 역시 까다롭고 복잡하다.
새벽 4시부터 시작되는 용해 작업. 쇳물을 녹이는 시간만 12시간에 달하는 힘든 공정이다. 한여름 공장 내부를 가득 채운 뜨거운 수증기 속에서 하루에 녹여야 하는 쇠의 양은 2,000kg에 달한다. 녹이고 붓고 식히고…. 수십 번의 이런 과정 끝에 유기 제작의 기초 재료인 놋쇠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소금물 중에서도 염도가 가장 높다는 간수에 일정 시간 동안 담근 뒤에야 비로소 망치로 내리쳐도 깨지지 않을 만큼 강도 높은 방짜가 완성된다. 그런데 그때, 돌연 중단되어버린 작업. 일하던 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단단하고 좋은 그릇을 만들어내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작업은 또 '메질'(두드림)이다. 하나의 물건을 만드는 데 필요한 메질만도 수천 번에 달한다. 그리고 표면을 벗겨 내는 '가질'을 통해 유기는 회색빛에서 황금빛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500년 고유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오늘도 뜨거운 불 앞에 서는 방짜 유기공의 진한 땀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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