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변 흑진이 너무 쉽게 부서져서 일찌감치 백이 실리에서 상당히 앞섰다. 스간셩이 뒤늦게 1로 밀어 올렸지만 이미 한 발 늦었다. 이제는 상변 백돌에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 한승주가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이번에는 2로 우상귀에 미끄러져 들어가 또 실리를 챙겼다.
그러나 사실 2는 조금 욕심이 과했다. 한승주는 흑이 18로 받아주면 그때 우변을 A로 지키려는 생각이었지만 지금은 이보다 1로 두 칸 벌려서 이 부근을 빨리 안정시키는 게 흑에게 반격의 여지를 주지 않고 우세를 확실히 굳히는 길이었다. 흑이 A로 침입해도 B로 삼삼에 뛰어 들어가 살 수 있으므로 아무런 걱정이 없다.
스간셩이 17로 갈라쳐서 반격을 시도한 건 당연하다. 상대가 하자는 대로 고분고분 받아주다간 무난히 패배를 당할 게 뻔하므로 귀를 백에게 내주더라도 19, 21로 △를 강하게 공격해서 우변 일대를 크게 키우려는 것이다.
백도 우변을 고스란히 흑에게 내줄 수는 없다. 22부터 33까지 위쪽을 대충 정리한 다음 34로 밀어 올려서 백돌을 살려냈다. 본격적인 승부처를 맞았다. 앞으로 이 부근의 전투 결과에 따라 이 바둑의 승부가 결정될 것 같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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