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기초단체장ㆍ기초의원 선거의 공천 폐지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다. 대선 공약인데다 최근 민주당도 당론으로 결정함에 따라 공천 폐지를 추진하긴 해야 하는데 당내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8월 말쯤 당론을 정할 계획이지만 당론 결정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새누리당 정우택 최고위원은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초선거 공천 폐지와 관련, "대의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나며 정치 본연의 기능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정당 공천은 책임정치 실현을 위한 필수 요소인데 과도한 실적주의 탓에 지나치게 빠르게 추진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최고위원은 "정당 공천제의 문제점만 주목하지 말고 공천 폐지의 후유증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정당 공천제를 포기한다면 검증되지 않은 후보들이 난립함으로써 유권자들이 혼란스러워할 수 있고, 현실적인 인지도 차이 때문에 현역이나 지역 토호 세력만 유리할 수 있다"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그는 또 "정당 공천제를 폐지할 경우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이유로 위헌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홍문종 사무총장은 26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나 법조계, 학계, 여성계 등에서 여러 이유를 들어 기초선거 정당 공천제에 대한 찬반 여론이 양립하고 있다"며 "기초선거 정당 공천제 폐지는 지방의 중앙 예속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여성과 정치신인의 진입 장벽을 높인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여론도 상당히 있다"고 말했다.
사실 당내 의원들 사이에는 표현만 못할 뿐 반대 의견이 상당히 있는 게 사실이다. 한 재선 의원은 "폐지에 따른 문제점이 많은데도 정치 개혁에 역행하는 것으로 비칠까 봐 의원들이 침묵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때문에 막상 논의가 본격화하면 반대론이 더 커질 가능성이 많아 당론을 모으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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