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 간의 훈련 기간을 생각하다면 희망적이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향해 힘차게 출발한 '홍명보호'의 모습이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한국은 28일 끝난 2013 동아시안컵에서 호주(0-0 무), 중국(0-0 무)과 비긴 뒤 일본(1-2 패)에 발목이 잡혔다. 최종 성적은 2무1패로 3위다.
'1기 홍명보호'는 결과만 보면 아쉬웠다. 하지만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 이전 대표팀과는 달리 팀에 활력이 넘쳤다. 더 빨라졌다. 상대를 압박하는 능력도 돋보였다.
홍 감독은 팀워크가 와해된 대표팀을 살리기 위해 '원 팀, 원 스피릿, 원 골(One Team, One Spirit, One Goal)'을 내세웠다. 이름 값만 있는 선수보다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하겠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이번 대표팀은 신선했다. 축구팬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윤일록과 하대성, 고요한(이상 FC 서울), 이명주(포항), 김진수(니가타) 등은 당당히 실력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홍 감독은 새로운 인물로 위기에 빠진 한국축구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앞으로 출항할 '2기 홍명보호'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강한 압박·빠른 패스 앞세워
홍명보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국내파 K리거와 일본 J리거 선수들을 위주로 23명을 선발했다. 유럽파 선수들을 소집할 수 없는 만큼 브라질 월드컵에 나설 수 있는 선수들의 능력을 검증하는 데 집중했다.
홍 감독은 공격-미드필더-수비 라인을 촘촘하게 운영했다. 강한 압박과 빠른 패스를 앞세워 '최강희호'와의 차별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홍 감독이 말한 '한국형 축구'의 밑그림을 보여줬다.
한국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90분 내내 상대를 압박하면서 빠른 좌우 측면 돌파와 간결한 패스워크를 통해 골 기회를 만들어냈다. 공격수들의 골 결정력이 문제였지만 경기 내용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개인기가 뛰어난 유럽파가 합류하면 홍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의 색깔이 더욱 강해질 전망이다.
윤일록·하대성·고요한 발군 기량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발군의 기량을 보여준 3명이 있다. FC 서울 소속인 윤일록(21)과 하대성(28), 고요한(25)이 그 주인공들이다.
'서울 삼총사'는 일본과의 최종 3차전에서 인상적을 활약을 펼쳤다. 비록 한국이 일본에 1-2로 발목이 잡혔지만 세 선수는 나란히 선발 출전해 그라운드를 펄펄 날았다.
왼쪽 날개로 나선 윤일록은 0-1로 뒤진 전반 33분 감각적인 중거리 슛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일본 골키퍼가 전진하는 것을 보고 골문 구석을 정확하게 노려 A매치 데뷔골을 넣었다. 윤일록은 이번 대회 엔트리 23명 가운데 골키퍼 정성룡(수원)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1∼3차전에 모두 선발로 기용됐다.
'1기 홍명보호' 주장이자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하대성은 거친 몸싸움으로 일본의 공격을 저지하는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볼 키핑 능력과 패싱 능력도 돋보였다.
오른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고요한은 상대의 왼쪽 측면을 집요하게 파고들 정도로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줬다. '서울 삼총사'는 유럽파들이 빠진 가운데 자신의 입지를 탄탄하게 했다.
경쟁 2라운드
동아시안컵을 통해 데뷔한 홍명보호는 8월14일 페루와의 평가전을 통해 2차 검증을 받는다.
홍 감독은 당장 2주 앞으로 다가온 페루와의 친선경기에 나설 멤버들을 구상해야 한다. 그는 페루와의 평가전에도 시즌 개막을 앞둔 유럽파를 부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2기 홍명보호' 역시 동아시안컵에 출전한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다.
'2기 홍명보호'에 발탁되는 선수들은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9월 이후 예정된 A매치에선 해외파들이 출격한다. 국내파와 J리거 선수들에게는 브라질 월드컵에 나설 수 있는지 여부를 따지는 사실상 마지막 검증 무대인 셈이다.
이창호기자 ch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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